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이 자신의 지주회사 지분을 모두 차남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COO·최고운영책임자·사진)에게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차남 승계 구도가 유력해졌다.
29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자신이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조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조 사장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에 아버지 지분을 합쳐 42.9%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기존에 조 사장이 가진 지분은 19.31%로 형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19.32%)과 비슷했다. 누나 조희원 씨는 10.82%를 보유하고 있다.
조 사장이 아버지 지분을 사들임에 따라 조 부회장과의 승계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이끌어온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모든 계열사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조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를, 조 사장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사장을 맡아 형제경영을 펼쳐왔다.
사업회사이면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 경영을 맡게 된 조 사장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신사업 추진을 총괄하고 나서자 업계에서는 그동안 차남 승계에 힘이 실린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조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 사장이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올 4월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으면서 후계자 구도에 다시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들어 조 사장이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일각에서는 지주사를 이끄는 조 부회장이 다시 유력해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 회장이 차남인 조 사장에게 지분을 모두 넘긴 것은 지분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사장은 그동안 사업적인 역량과 미래 전략 등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년 동안 그룹의 투자 관련 행사 등 주요한 외부 활동에도 직접 나서는 경우가 더 많았다. 조 사장은 독일 타이어 전문 유통업체 등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하기도 했다.
다만, 앞으로 조 부회장이 누나와 연합해 동생과 경영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조 부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게 될 경우 7.74%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는 최대 주주로 올라선 조 사장이 ‘조현범 체제’를 공고히 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변수는 앞으로 진행될 2심 재판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2012년 9월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현재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꾼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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