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 헌납’ 깜짝 발표를 놓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9일 긴급기자회견에서 가족들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회사에 넘기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등 경영진은 “통 큰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추켜세웠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가 오히려 이스타항공 내 노사 갈등을 격화시킬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아울러 이스타항공의 인수 주체 제주항공도 지분 헌납에 따른 인수 압박에 다소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조종사노조는 전날 이 의원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을 회사 측에 헌납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간 인수 합병 계약이 최종 성사되지 않으면 아무 쓸모 없는 지분일 뿐이며, 매각이 성사돼도 이스타항공이 손에 쥘 현금은 어차피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다.
노조 측은 제주항공과의 M&A가 성사되더라도 ‘마이너스 딜’인데, 누가 주식을 들고 있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발 채무를 위한 전환사채(CB) 담보 제공, 세금, 부채 상환, 이 의원이 최근 약속한 체불임금 지급액 110억원을 더하면 매각대금을 웃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계약금을 받아도 남는게 없으니) 이스타항공 주식을 누가 들고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결국 기자회견에선 체불 임금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된 게 아니라 ‘이상직 구하기’와 ‘제주항공에 책임 돌리기’만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따라서 도의적 책임에서 벗어나려 이 의원이 뒤늦게 지분을 헌납하겠다며 생색만 냈다는 게 노조 측 시각인 것이다. 현재 이스타항공 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 이원준씨(66.7%)와 딸 이수지(33.3%)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의원 나름의 ‘강수’가 노조 측의 반발로 역풍을 맞으며 고소·고발전까지 일어날 조짐도 감지된다. 노조는 체불 임금과 관련해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와 이 의원에 책임을 물기 위한 고소·고발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관계자는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와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의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4월에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를 상대로 4대 보험료 유용·횡령과 관련한 고소 및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다.
한편, 이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와 관련해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도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제주항공 입장에선 이 의원 측이 지분을 포기하면서 사전 통보도 받지 못하고 거래 상대가 바뀌게 됐다. 게다가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선결 조건을 이행해야 M&A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지분 헌납’과 선결 조건의 상관관계는 찾기 힘들다.
이스타항공 경영진 측이 제주항공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것도 아닌데 M&A 강행에 대한 압박 수위만 높였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체불 임금에 대해서는 줄곧 이스타항공 경영진 측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며, 매각 대금으로 체불 임금을 해소하는 것과 제주항공은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결 조건 이행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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