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부진이 이어지며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진단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으로 소비의 불씨는 살아났지만 제조업은 재고가 쌓이고 공장이 멈추는 등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30일 통계청이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5월 전(全)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줄며 1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비가 늘며 도소매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보다 2.3% 늘었지만 제조업(―6.9%)을 비롯한 광공업 생산이 6.7% 줄며 발목을 잡았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가 선방했지만 해외 판매가 부진한 자동차(―21.4%)와 기계장비(―12.9%), 화학제품(―9.95%)이 크게 줄며 하락폭을 키웠다. 4월(―6.75%)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이 부진해지며 공장 가동률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5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보다 4.6%포인트 하락한 63.6%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1월(62.8%) 이후 11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가동률은 생산능력과 비교해 실제로 제품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80% 수준은 돼야 정상적인 가동률로 본다.
재고가 쌓이며 제조업 재고율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8월(133.2%) 이후 최고치인 128.6%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8.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통계청은 이에 대해 “생산물을 출하하는 양이 줄며 재고율이 높아졌다”고 했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5.9% 줄며 올해 1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선박 등 운송장비와 정밀기기 등 기계류 투자가 감소했다.
이처럼 생산과 투자가 모두 부진하며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8%포인트 떨어진 96.5로 나타났다. 이 역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월 이후 2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소폭 하락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30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3월보다 낮아 기업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재난지원금의 영향으로 내수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5월 소매판매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승용차 등 내구재와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가 늘며 전월 대비 4.6% 올랐다. 전문소매점과 슈퍼마켓, 편의점 등이 늘었지만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는 대형마트와 면세점은 여전히 부진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숙박 음식과 전문소매점 판매가 늘어난 건 재난지원금 효과로 볼 수 있지만 앞으로 소비 회복세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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