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AR)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인 노스는 손쉽게 벗고 쓸 수 있는 안경 형태의 획기적인 AR 글래스 신제품을 개발했지만 오히려 이게 발목을 잡았다.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자했는데 AR 시장의 성장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보니 오히려 자금줄이 말라버린 것이다. 호시탐탐 새로운 투자기업을 물색 중이던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노스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29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구글의 노스 인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인수대금만 약 1억8000만 달러(약 2160억 원)에 이른다. 구글은 올해 들어서만 성장성있는 IT업체 3곳 이상을 사들였다.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IT 공룡’들은 5570억 달러(667조3974억 원) 규모의 막대한 투자자금을 앞세워 팬데믹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사냥에 나섰다.
●“위기 속 투자, 항상 옳다”
“경기 침체 때 미래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옳다고 항상 믿어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5월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말이다. 페이스북은 저커버그 CEO의 발언처럼 미래를 위한 왕성한 투자를 하고 있다. 4월 인도 통신회사 릴라이언스 지오의 지분 인수에 57억 달러(6조8400억 원)를 쏟아 부었고, 6월에는 인도네시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고젝에 투자하는 등 북미 시장을 넘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애플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신기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날씨 예측 기업 다크스카이, 음성인식 업체 보이시스, VR 스트리밍 회사 넥스트VR, 머신러닝 스타트업 인덕티브 등에 잇따라 투자했다.
글로벌 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잘 하고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우물 파기형’의 대표적 사례다. 아마존은 물류기업답게 최근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를 12억 달러(1조4400억 원) 규모에 인수했고 직전에는 영국 물류 스타트업 비컨에 투자했다. MS는 어펌드네트웍스, 메타스위치네트워크를 인수하는 등 클라우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글로벌 IT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수직상승하고 있다. 이날 애플의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20% 상승한 1조5774억 달러, MS는 23% 오른 1조5085억 달러, 아마존은 41% 늘어난 1조3348억 달러를 기록했다.
●네이버, 카카오도 투자 ‘전력 질주’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도 국내외에서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1~3월) 현재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네이버는 4조3000억 원, 카카오는 1조9000억 원이 넘는다.
네이버는 3월 일본 배달업체 데마에칸에 300억 엔(3360억 원)을 투자한데 이어 5월에는 연예 엔터테인먼트 기업 스프룻에 투자하며 일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FSS 등 물류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하며 커머스 사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밖에 기술 스타트업 투자 전문회사인 D2SF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10여 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카카오도 투자 전문 자회사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각광받는 원격 근무 솔루션 업체 리모트몬스터 등 10여 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앞서 구글은 유튜브를,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기업이 됐다”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디지털 경제로 쏠려가고 있는 상황이 IT 기업들에게는 또 한 번의 성장 모멘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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