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나오기만 하면 사겠다고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이 3, 4명은 있어요. 지금까지 너무 많은 대책이 나와서 그런지 이번 대책으로 (아파트 매매) 열기가 식을 것 같진 않네요.”
1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위치한 J공인중개사사무소. 6·17부동산대책 이후 아파트 거래가 10건 이상 체결되는 등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곳 대표 A씨는 “대책 이후 급격하게 매물이 소진돼 남아있는 물건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실거주 수요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전입 의무가 있어도 상관없으니 매물이 나오면 알려만 달라’는 손님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시작됐지만 서울 지역 아파트는 매수 문의가 이어지는 등 시장의 열기가 쉽사리 식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아 집을 사면 6개월 내 전입해야 하고, 주택 매매·임대사업자가 새로 주담대를 받는 것이 금지되는 등 6·17대책의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며 ‘같은 조건이라면 서울의 똘똘한 한 채를 사겠다’는 수요자는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특히 서울 내에서도 토지거래허가제를 피한 지역이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 위주로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된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하루에도 4~5건 씩 오지만 매물의 씨가 말랐다”며 “어차피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라 6·17대책 이전과 비교해 대출 규제가 달라지는 게 없어 정책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도 이사를 나가야 하는데, 나가서 살 집을 찾기 힘들다보니 가격이 올라도 팔지 못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14㎡는 31억 원(21층)에 거래됐다. 불과 한 달 전인 5월에는 29억 원 선에 거래됐던 매물이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면적 114㎡ 역시 지난달 26일 최고가인 22억4000만 원(30층)에 거래된데 이어 30일엔 4000만 원 더 비싼 22억8000만 원(23층)에 거래됐다.
중저가 아파트도 이전 최고가를 넘어선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3단지 전용면적 58㎡는 한 달 전보다 약 2000만 원이 오른 7억700만 원에 거래됐다. 강북구 창동주공3단지 역시 5억 원 후반대에 거래됐지만 6·17 대책 이후 6억5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단지들은 매도와 매수가 줄어든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를 묻는 사람은 많아도 집을 내놓겠다거나 사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요를 억제하는 대출 규제는 시장 불안감만 고조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실수요자들은 더 늦으면 안 되겠단 절박한 심정에 내 집 마련을 서두르고,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부자’들은 대출 없이 서울 내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에는 이미 규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 상황”이라며 “서울 주요 지역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한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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