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부동산 대책]
6·17대책 이후 민심 이반 심각… 양도세 80% 등 규제 입법 쏟아내
전문가 “수요 억제 불만 터졌는데 다주택자 세금 인상 엉뚱한 처방”
“보유세 올린 만큼 거래세 내리고 실수요자 대출 완화 등 필요” 지적
여당이 조율도 되지 않은 부동산대책을 중구난방으로 쏟아내는 건 6·17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민심 이반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조급한 마음에 “다주택자와 투기꾼을 잡겠다”며 징벌적 과세 등 초고강도 방안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실수요자의 어려움을 풀어줄 대안은 찾지 못한 채 오히려 포퓰리즘적 처방만 내놓고 있다. 여당은 의원입법으로 세제 개편 ‘속도전’에 나설 방침이라 정제되지 않은 방안이 제도화하면서 또 다른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부동산대책 보완을 지시한 뒤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상임위와 상관없이 세제 강화, 주택 공급 확대, 금융 관련 대책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강병원 의원은 이날 집을 산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팔 때 양도소득세율 80%, 미등기 상태로 집을 되팔면 90%를 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냈다. 이에 앞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없애는 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당내에선 종합부동산세를 추가로 더 올리거나 다주택자가 집을 사기 어렵도록 취득세도 대폭 높이는 방안이 진지하게 거론되고 있다. 주택 취득―보유―매각에 이르는 전 과정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부동산과 관련된 여당 의원들의 황당하고 과격한 발언도 이어졌다. 김두관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주택은 공공재로 인식돼야 한다”며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의 다주택 소유자는 부동산 관련 직무 기피 신청을 하거나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북한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값을 더 확실하게 때려잡아야 한다”고 썼다.
여당이 사실상 주택 관련 모든 세금을 올리겠다고 나서면서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시장 기능이 마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도세를 올리면 세금이 부담돼 집 팔기를 꺼리게 되고, 임대사업자는 기존 세 혜택을 빼앗아도 의무 임대기간 탓에 곧장 집을 내놓을 수 없다. 더욱이 양도세를 주택 수와 상관없이 보유 기간에 따라 징벌적으로 물리게 되면 1주택자나 실수요자의 피해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보유세를 올리는 것이 집을 팔게 하는 요인인데 집값이 계속 오를 거란 기대와 양도세 부담 탓에 집을 팔기보다는 정권이 바뀔 때까지 버티거나 증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최고 20%포인트 중과(최고세율 62%)한 8·2대책이 발표된 2017년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10만7897건에서 2019년 7만1734건으로 급감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증여는 같은 기간 7408건에서 1만2514건으로 늘었다. 보유세 강화는 이미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을 통해 상당 부분 실현되고 있다. 특히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매년 5%포인트씩 2022년까지 100%로 오를 예정이라 집값이 그대로여도 종부세가 인상된다.
전문가들은 지지층 이탈에 다급해진 여당이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마구잡이식 처방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대출 규제 등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과 그럼에도 치솟는 집값에 실수요자들의 누적된 불만이 터진 건데, 그 대응책으로 엉뚱하게 다주택자 세금 인상안을 내놨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완화로 실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의미 있는 공급 확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실수요자에 한해서라도 대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보유세를 올리는 만큼 거래세는 낮춰 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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