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전기차·수소전기차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세계 전기차업계 1위 테슬라 주가가 연초 대비 3배 가량 상승한 1400달러를 돌파하며 자동차 시가총액 1위로 부상했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 역시 들썩이고 있다. 아직 생산공장도 없는 미국 수소전기트럭 스타트업 니콜라는 나스닥 상장과 동시에 ‘대박’을 쳤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으로 친환경·전기차를 지원하고 있는데다 전세계적인 자동차수요 부진과 공장가동 중단 등이 전통산업인 내연기관차 브랜드들을 위축시키며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 2분기 9만650대의 차량을 소비자에게 인도했다. 프레몬트 공장 가동이 한달 반 이상 중단되고 미국 전역이 봉쇄됐음에도 불구하고 차량 인도 대수가 1분기에 비해 19% 증가했다.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 역시 2분기 1만331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반면 이 기간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업체인 제네럴모터스, 포드, FCA의 미국시장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4%, 23%, 39% 각각 감소했다.
유럽과 중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조금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80억 유로(10조8000억원) 규모의 자동차 산업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경영 위기에 빠진 르노자동차에 50억 유로(6조7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했다. 이와 동시에 르노를 압박, 프랑스·독일 공동 전기차 배터리 개발 계획에 참여시켰다. 또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6000유로(807만원)에서 7000유로(942만원)로 인상하고, 2023년까지 전국에 10만개의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독일 역시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3000유로(404만원)에서 6000유로(807만원)로 인상하고 충전 시설을 확충키로 했다. 스페인 정부도 37억5000만 유로(5조원) 규모의 자동차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하며, 이중 27억 유로(3조6000억원)를 자동차 회사 지원에, 나머지를 전기차 구입 보조금에 활용키로 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고 유연한 전기차업체들이 포스트코로나시대에 적합한 DNA를 지녔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이재일 연구원은 테슬라가 기존 완성차업체와 다른 점으로 ▲탄소규제 크레딧 판매 ▲완전 자동화 시스템 ▲온라인 판매 ▲실리콘밸리 스타일 제품 공개 및 홍보를 꼽았다.
내연기관차업체들이 탄소규제 크레딧을 구입해야 하고, 숙련 노동자 중심의 생산체제와 외부 딜러망을 이용한 오프라인 판매를 하고 있는데 반해 전기차업체들은 노동력을 상대적으로 덜 이용하는 완전 자동화 생산,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어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히려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경 규제는 전기차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어주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탄소 규제 크레딧을 판매하는 것만으로 3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반면 다른 완성차업체들은 그만큼의 비용을 경쟁자에게 지불해야 했다.
이재일 연구원은 “테슬라는 모델3 양산 조립라인을 설치하며 초기에 무인 자동화를 추진했고, 기존 완성차업체 대비 높은 무인화율을 달성했다”며 “GM, 포드 등이 노동자간 간격 유지와 기계 소독을 위해 재가동 후에도 가동률을 50% 이하로 떨어뜨려야 했던 것과 달리 100% 가동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의 차이도 있다”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재가동을 위해 노조와 협상을 해야했기 때문에 원하는 시점에 가동을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존 완성차들은 코로나19 이후 부랴부랴 온라인 구매 채널을 갖추고 있지만 판매가 거의 마비됐고 테슬라는 사업 초기 부터 온라인 판매만을 위한 판매 모델을 수립해 왔기 때문에 판매망에서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지금 자동차 산업이 겪고 있는 고통의 상당 부분은 지금까지 누적돼 온 만성 질환들로부터 온 것”이라며 “혁신이라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그것을 무시해 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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