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곳간은 '텅텅'…순자금조달액 '역대 최대'
'코로나 비상' 기업들은 자금조달 대폭 늘려
올해 1분기 가계 여유자금이 66조8000억원으로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갑을 닫은 채 자금을 비축해둔 가계가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됐다. 반면 정부 곳간에 있는 자금은 역대 가장 큰 폭 빠져나갔다.
9일 한국은행의 ‘2020년 1분기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66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7조8000억원)보다 39조원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9년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순자금운용은 예금이나 보험, 연금, 펀드, 주식 등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차입금 등 빌린 돈(자금조달)을 뺀 수치로 가계와 일반정부, 비금융법인 등 각 경제주체가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을 의미한다.
가계 여윳돈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계 소비가 위축된데다, 신규 주택투자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모임이나 외출 자제 등의 영향으로 가계소비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민간최종소비지출은 22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30조1000억원)보다 8조5000억원 줄었다.
지난 1분기 부동산 시장이 잠시 위축되면서 내 집 마련 수요가 주춤해졌던 영향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분기 주택준공실적은 10만3000호로 지난해 1분기(14만호)에 비해 급감했다. 가계처분가능소득이 지난해 1분기 월평균 408만2000원에서 올해 1분기 429만1000원으로 늘어난 점도 가계 여유자금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정부 곳간은 ‘텅’ 비었다. 일반정부의 자금조달 규모가 74조7000억원으로 자금운용 규모(48조2000억원)를 뛰어넘으면서 순자금조달규모가 26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재정 확대 정책에 따른 국채 발행 등으로 자금조달 규모가 늘어난 결과다. 정부의 최종소비지출은 올해 1분기 8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81조8000억원)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4조원에서 올해 1분기 28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기업들은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 통상 순자금조달로 기록되는데, 올해 1분기 그 규모가 두 배 불어난 것이다. 이는 지난 2009년 1분기(34조8000억원) 이후 최대치다. 올해 1분기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동성 확보로 자금조달 규모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됐다. 1분기 외감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1%로 지난해 1분기(5.3%)보다 둔화했다.
국내 부문의 전체 순자금운용 규모는 12조2000억원으로 1년 전 수준(13조1000억원)에 비해 상당폭 축소됐다. 1분기 기준으로 지난 2012년 1분기(5조3000억원)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다.
한편 국내 비금융부문의 순금융자산은 271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말보다 207조9000억원 감소했다. 금융자산이 줄어든 반면, 금융부채가 152조8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이중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금융자산은 2081조7000억원으로 20조6000억원 감소했다.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0배로 전분기말(2.12배)보다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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