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규제로 입찰 줄면 가격도 떨어져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0일 03시 00분


정부 정책 순응하되 ‘전략’ 찾아라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정부의 6·17 부동산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대폭 확대됐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였고 다주택자에게 세금도 더 무겁게 부과된다. 법인과 매매사업자의 대출이 전면 금지되는 등 경매투자 환경도 바뀌었다.

이번 정부 대책으로 실수요자보다 투자자의 비중이 높은 경매시장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매의 경우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근간으로 한 제도이기 때문에 투기라고 볼 수는 없다. 누군가는 경매 매물을 높은 가격에 낙찰받아야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고, 이렇게 자금이 원활히 순환해야만 국가경제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책의 영향으로 입찰 경쟁률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동시에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역설적으로 경쟁이 줄어 그만큼 저렴하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으니 경매 투자자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

얼마 전 경기 고양시 식사동에 있는 도시개발구역 내 아파트가 경매로 나왔다. 선호도 높은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에,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주민들의 거주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중대형 평형(전용면적 135m²)이었지만, 단지 내 주력 평수라 임대와 매매 수요 모두 충분했다. 감정가 6억2000만 원에 한 번 유찰돼 최저가가 4억 원대 초반까지 떨어져 있었다. 시세는 감정가를 웃도는 6억5000만 원대였다.

언뜻 법적인 문제가 있어 보였지만 A 씨는 시세보다 1억2000만 원 이상 저렴한 5억3000만 원에 응찰해 낙찰받았다. 전세가가 약 5억 원 선이니 낙찰가가 전세가보다 고작 3000만 원 높았다. 최근 규제 강화로 위축된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듯 응찰자도 2명이었다. 문제는 잔금 납부였다. 대출이 80% 이상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자금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경기 고양시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게 됐다. 대출이 낙찰가의 50%밖에 나오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6·17 대책 시행 전에 낙찰받은 것이니 규제 전 이미 계약금을 내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해당돼 예외를 주장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난색을 표했다.

여기저기 돈을 끌어모아야만 잔금 납부가 겨우 가능한 상황에서 낙찰자 A 씨는 기지를 발휘했다. 입찰 전 관리비 미납액이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걸 눈여겨본 A 씨는 낙찰 직후 곧바로 관리사무실로 향했다. 관리비 미납이 2년이나 이어진 것을 보고 혹시 집주인이 이미 이사를 간 것이 아닐까 추정했던 것이다.

확인해 보니 해당 호수는 공실이었다. 관리사무소로부터 전화번호를 입수한 A 씨는 곧바로 집주인과 연락을 취했다. 낙찰자임을 알리고 명도 문제로 상의할 게 있다는 용건을 밝히자, 사업 실패 후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사해 현재 집은 비어 있고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줄 테니 언제든 입주하라는 집주인의 대답이 돌아왔다. 곧바로 열쇠공을 불러 강제로 문을 여니 오래 비워 둔 집 같지 않게 내부가 깔끔했다. 간단한 입주청소 후 부동산에 싼 가격에 전세를 내놓았더니 보증금 4억7000만 원에 바로 계약이 체결됐다. 낙찰가 5억3000만 원에 임차인의 보증금 4억7000만 원이 들어오게 됐으니, A 씨는 무리해서 대출받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잔금을 납부할 수 있게 되었다.

대출규제와 세제 강화 등 중첩된 규제로 인해 시장이 암울해도 이처럼 보석같이 빛나는 투자 사례들은 많다. 정부정책에 순응하되 그 틈새를 찾아 알찬 수익을 내는 것이야말로 실패 없는 경매 투자전략이 될 것이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부동산#6·17 부동산대책#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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