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휴가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첫 여름휴가 시즌인 ‘7말 8초’를 앞두고 쏟아지고 있는 신조어들이 이를 보여준다.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유통업계도 맞춤형 대응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코로나19 휴가’의 핵심은 ‘언택트(비대면)’다. 올해 대세로 떠오른 휴가 유형인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도 언택트를 기본으로 한다. 멀리 떠나지 않고 한곳에 머무르는 여행으로 집에만 있는 ‘홈캉스’, 호텔에만 머무는 ‘호캉스’ 등 한적한 공간에서 즐기는 여행이 모두 포함된다.
치과 의사인 이지현 씨(39)도 7월 말 홈캉스와 호캉스를 조합한 스테이케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인파를 피하기 위한 최고의 장소는 집이지만 현실적으로 두 아이와 함께 집에서만 머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휴가 기간을 반반 나눠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2박 3일, 집에서 남은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캉스족을 잡기 위한 호텔업계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롯데호텔 월드는 홈 헬스케어 전문 기업 ‘세라젬’과 함께 객실에서 최신형 안마의자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를 출시했다. 신라스테이도 언택트 서비스 강화를 위해 뷔페 조식을 객실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셀프 도시락 서비스를 시작했다.
캠핑 열풍도 고스란히 휴가 트렌드에 반영되고 있다. 최근 떠오르는 대세는 ‘차박’ 캠핑이다. 차에서 숙박을 하며 캠핑하는 것인데, 타인으로부터의 감염 우려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펀드매니저인 박모 씨(31)도 이번 여름휴가를 위해 지난달 중고 캠핑카를 구입하는 등 차박 캠핑을 계획 중이다. 박 씨는 “한 달가량 유럽 여행을 하기 위해 모아두었던 돈 3000여 만 원을 중고 캠핑카를 사고 꾸미는 데 썼다”며 “주변에선 ‘미친 것 아니냐’는 말도 하지만 언제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구석구석을 도는 동안 숙박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남는 장사다”고 했다.
유통업계도 변화된 휴가 트렌드를 반영한 각종 기획을 쏟아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스테이케이션족을 홈캉스, 언택트, 호캉스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이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특가에 내놓는 행사를 17∼21일 진행한다. 신세계는 백화점 내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백캉스(백화점+바캉스)’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26일까지 전문 식당가와 즉석식품 코너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현대백화점도 늘어나는 집콕족과 캠핑족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휴가와 관련된 호텔 및 유통업계는 코로나19로 변화된 휴가 트렌드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다양한 휴가 유형 맞춤형 상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객이 줄어들면서 휴가 시즌 동안 예년에 비해 관련 업계의 매출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휴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 마련을 고심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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