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치매 노인에게도 펀드 팔아… 소비자 보호대책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사모펀드 피해자들 호소

“93세 노인하고 치매 걸린 노인에게도 팔았습니다. 친절히 대해준 프라이빗뱅커(PB) 권유 믿고 가입한 투자자가 무슨 죄입니까.”

14일 미래통합당이 주최한 사모펀드 피해 현황점검 토론회에 참석한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 이모 씨는 은행들의 펀드 판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고령인 투자자에게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을뿐더러 일부 투자자의 경우에는 상품 가입 서류에 필요한 서명까지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고객의 투자 성향까지 조작하며 가입에 열을 올렸다”며 “환매 중단 이후 은행은 ‘본인들도 사기를 당했다’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라임부터 옵티머스까지 잇따라 터지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국회에서도 사모펀드 시장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디스커버리, 라임, 옵티머스, 팝펀딩 등 주요 부실 사모펀드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참석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회사를 믿고 펀드에 가입했다가 손실이 발생했고 관련자 모두 책임을 회피하면서 증발된 투자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또 다른 투자자는 ‘팝펀딩’ 사모펀드를 판 증권사 역시 가입 서류 사인을 날조하는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팝펀딩은 동산담보대출을 주요 사업으로 했던 개인 간 거래(P2P) 대출 회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회사를 방문해 혁신 기업으로 홍보한 적도 있다. 하지만 해당 회사는 펀드 돌려막기, 횡령 등으로 대출금 연체율 100%를 기록 중이며 회사 대표는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이 투자자는 “사모펀드 시장은 규제 완화로 진입장벽이 허물어졌고 사기꾼들의 놀이터가 됐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소비자 보호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구제를 위한 명확한 배상 가이드라인 마련 △적격 투자자에 대한 선별 작업 정교화 △판매사 임직원 징계 강화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책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일광 금융소비자원 자문위원은 “사모펀드 사태는 과도한 규제 완화에 따른 금융당국에 1차 책임이 있다”고 했다. 사모펀드 육성책만 강조하면서 펀드 불완전판매나 유동성 관리, 위법·부당 행위에 대한 투자자 보호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판매사에 대한 신의성실, 소비자 보호 책임 의무에 대한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사모펀드#라임#옵티머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