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각종 미지급금 해소 못해… M&A 계약 해지할 조건 충족됐다”
계약 파기 최종 결정은 일단 미뤄… 정부에 추가 자금 지원 압박 포석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스타항공이 체불임금 등 각종 미지급금을 해결하라는 제주항공의 최후통첩을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제주항공은 인수합병(M&A) 계약을 해지할 명분을 마련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 등을 고려해 계약 파기 최종 결정은 미뤘지만 정부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이스타항공 지원에 섣불리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15일 밤 12시까지 이스타홀딩스가 주식매매계약(SPA)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됐다”고 16일 밝혔다. 제주항공은 1700억 원이 넘는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과 운영비, 조업료, 유류비 등 미지급금을 이스타항공이 먼저 해결해야 최종 인수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15일 밤 12시에 보낸 공문에서 “선행조건은 이미 완료됐다”며 제주항공의 요구를 일축했다. 제주항공이 주장하는 미지급금 중 체불임금은 대주주의 주식 반납과 직원들의 추가 임금 반납으로 해결됐고 나머지 비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것이니 이스타항공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이날 계약 파기의 책임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향후 예상되는 소송전 대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해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며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되었음을 밝힌다”고 명확히 했다.
다만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지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계약 해지 조건은 충족됐지만 정부의 지원 사항 등을 보고 최종 결정을 미루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양 사의 체불임금 및 미지급금에 대한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중재에 나섰으나 좀처럼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제주항공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이스타항공 인수가 자칫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1∼3월)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은 ―1042억 원으로 완전 잠식 상태다. 3월부터 전 노선 운항을 중단해 매출도 전혀 없다. 자금줄이 꽉 막힌 상태에서 항공기 리스료, 임금 등 비용만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이 인수 계약을 최종 파기할 경우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기업회생 절차로 구제되기에는 부실의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가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던 이스타항공이 설립 과정부터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지원하려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은 정부와 제주항공 모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을 조건으로 제주항공이 인수 결정을 할 가능성이 작게라도 남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저비용항공사 임원은 “인수가 깨질 경우 그 책임에서 제주항공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일단 시간을 벌어 놓고 정부의 입장과 여론을 살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사도 감정적 대립은 피하는 모습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단 여러 조건을 검토하고 있으며 파기를 논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에 대화를 하자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정부와 제주항공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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