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준비생 최모 씨(37)는 올해 끝내 취업을 포기했다. 대신 주식공부 삼매경에 빠진 그가 선택한 건 ‘재택 단타 거래’였다.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주식 시장에 몰리며 주가가 오르자 상승 흐름을 타는 것만으로도 소소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것. 최 씨는 “코로나19 등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취직은 쉽게 안 되지만 주식 시장은 의외로 괜찮아 주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유동성이 넘쳐나며 주식과 부동산 등 ‘재테크 스터디’에 매진하며 투자에 나서는 20, 3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등으로 취업난과 직장 생활이 평생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확산되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심리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대학원생 이모 씨(30)는 최근 주식 스터디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스터디가 어려워지자 매주 2시간씩 화상 스터디를 진행한다. 스터디 멤버 일부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주식 투자를 전업으로 하고 있다. 이 씨는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 저축만 해서는 돈 한 푼 못 번다. 박사 과정 준비로 정신이 없지만 재태크 공부를 하지 않았다간 내 집 마련도 못하고 결혼도 어려워질 것 같아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회사원 최모 씨(29)는 직장 생활로 모은 자금을 주식 투자에 ‘올인(다걸기)’ 중이다. 정부가 최근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그린벨트 테마주에 4000만 원 넘게 투자했다. 단타 거래로 20~30% 수익을 냈다고 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식 투자가 늘면서 증시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6일 역대 최대 규모인 50조 원을 돌파했다. 작년 말(27조3932억 원)과 비교해 84%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 KB증권에 새로 개설된 계좌는 작년 동기 대비 67% 늘었는데,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급격한 집값 상승에 마음이 급해진 20, 30대들의 ‘패닉 바잉’(Panic Buying·공포에 의한 사재기)‘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 씨(30)는 지난달부터 매주 부동산 스터디를 한다. 최근 2, 3년 간 부동산에 투자해 수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남긴 회사 동기와 선임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 박 씨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 승진하는 게 의미 없다고 느껴졌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막차에 올라 타야한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스터디원 가운데는 대기업에 다니며 동시에 대리운전이나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동산 투자 자금을 마련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주식과 부동산 투자 열풍이 2017, 2018년 당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서 ’한방‘을 노리던 흐름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대표되는 주식 투자 열풍이나 부동산 시장의 ’패닉 바잉‘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재테크를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평생 동안 스스로의 안정된 삶을 책임지는 ’기술‘이자 ’지식‘을 익히는 것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과거처럼 취업을 하고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해도 평생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니 투자 시장으로 다 같이 뛰어 들어가는 꼴”이라며 “청년들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만 몰두하게 되면 결국 국가 전체의 성장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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