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세금부담 늘지 않았다는데…왜 내 세금은 오를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9일 17시 05분


정부가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을 대거 올리면서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수요자의 세금 부담은 늘지 않는다”는 정부 해명에도 반대여론이 확산하는 건 지난 3년간 1주택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도 계속 늘어난 데다 각종 감면 혜택은 축소돼 실제 체감하는 세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기획재정부는 설명자료에서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 투기수요 근절을 최우선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실거주 목적의 1세대 1주택자는 이번 대책(7·10부동산대책)으로 추가적으로 가중되는 부담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실거주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집값 급등과 공시가격 현실화의 여파로 갑작스럽게 재산세가 불어난 집주인들로서는 체감 세금이 이미 늘어난 상황이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18년(10.19%)부터 올해(14.73%)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서울시 7월분 재산세 부과액(2조611억 원)은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주택 재산세는 7월과 9월에 절반씩 낸다.

종합부동산세는 9억 원 초과 주택의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인상된 데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2022년 100%를 목표로 계속 상향조정 중이어서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12·16대책으로 내년 부과분부터 1주택자 세율도 0.5~2.7%에서 0.6~3.0%로 오를 전망이다. 기재부는 “시가 15억 원 상당의 1주택자가 내는 종부세는 ‘시세가 그대로면’ 연간 6만~50만 원 밖에 오르지 않는다”고 했지만 올해 집값 상승률이나 공시가격 현실화 영향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본보가 신한은행에 의뢰해 계산한 결과 올해 공시가격 6억1300만 원인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재산세는 지난해 99만660원에서 내년에 141만3567원으로 오른다. 2년 만에 42.7% 뛰는 것이다. 올해 공시가격 10억7700만 원인 다른 아파트(전용 84㎡)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보유세가 227만5440원에서 451만2168원으로 2배 가까이로 오른다. 연령이나 보유기간 공제 혜택을 받지 않고, 내년 공시가격이 10% 올랐을 때를 가정한 수치다.

내야할 세금은 늘어난 반면 1주택자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은 받기 어려워졌다. 시세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은 해당 주택을 2년 보유하면 받을 수 있었는데 2017년 8·2대책 이후 취득한 집은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보유기간별 최대 80%까지 주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12·16대책으로 거주 요건이 추가된다. 앞으로 집을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세금이 늘어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정부가 집값 잡기 수단으로 세제를 수차례 뜯어고쳐 스스로 조세 정책의 신뢰도를 깎아먹었다고 비판한다. 18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반대 집회에서도 ‘목적은 세금 뜯기’ ‘세금 수탈 조세 저항’ 등 조세제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문구가 등장했다. 이로 인해 집값 상승으로 인한 자연스런 세금 증가조차 집주인이 부담할 정당한 의무가 아닌 ‘집 가진 죄인이 내는 벌금’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반발을 불렀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금은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계약인데 특정 계층에 대한 채찍으로 활용할 경우 앞으로 건전한 증세 논의 등에서 부작용만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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