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중국 증시까지 가파른 상승 랠리를 보이면서 개인 등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투자가 1년 전보다 5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해외 주식 ‘직구’ 열풍 등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미중 갈등 등 단기적 리스크 요인이 많아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한 달 내내 순매수 행진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 2억117만 달러(약 2425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221만 달러)보다 377% 급증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는 지난달 16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에는 개인, 법인, 기관 등이 포함된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이 1년 전보다 220% 늘어난 것과 비교해도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해외 주식 직구 열풍이 미국을 넘어 중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을 한 달 내내 매수한 데는 중국 증시의 급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7일 3,214.13으로 마감했다. 최근 주가가 조정을 거쳤음에도 지난달 16일(2,931.75)보다 9.6% 오른 상태다. 박수현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코로나19 충격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 영화관, 관광지 등을 다시 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선 미국과 한국 증시의 최근 상승 랠리에서 소외됐던 국내 투자자들이 ‘소외공포(FOMO·Fear Of Missing Out)’로 뒤늦게 중국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장기 상승해도 단기 조정 커질 수 있어”
최근 중국 증시는 ‘주차이(구菜·부추)’와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되면서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차이’는 한국의 ‘개미’와 같은 말로, 윗부분을 잘라내도 또 자라나는 부추처럼 주식 시장에 붙어 있는 개인투자자들을 일컫는다. 유안타증권은 “이달 들어 중국 증권사들의 일평균 신규 계좌 개설 수는 한 달 전보다 30∼50% 증가해 3∼5월 한국의 동학개미운동이 떠오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국 증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시중에 풀린 유동성(돈)을 부동산이 아닌 주식 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주가 부양을 선택했다는 시각도 많다. KB증권은 중국 70대 도시 주택 가격이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상승세를 보이면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가 전략적으로 유동성의 방향을 설정해 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자본 시장의 성숙도가 낮은 중국 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월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16일 4.5% 하락했다. 이날 발표된 중국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는 ‘V’자 반등을 보인 상황에서 나온 폭락이라 충격은 더 컸다. 신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 달 동안 너무 많이 올라 차익 실현이 많았다”며 “단기적으로 더 하락할 수는 있겠지만 하락으로 추세가 전환된 것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미중 갈등 고착화 등 단기적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하면서 중국 증시는 하루에 5.6% 급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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