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증세 강화…소득세 과세표준 10억 초과하면 최고세율 45%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2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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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세법개정안

정부가 22일 내놓은 ‘2020년 세법개정안’의 핵심은 고소득자와 고액 자산가들의 세 부담을 늘리고 가상화폐 거래소득, 개인투자자 주식 양도차익 등 세원 사각지대에 놓였던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갈수록 세수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자 조세 부담의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과 개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증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 제도의 취지를 외면한 채 상대적으로 여론의 반발이 적은 부자 증세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분배 악화, 고소득자 증세 불가피”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세제 개편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고소득자와 부동산 자산가의 세금을 인상하고 △가상화폐와 주식 양도차익 등 투자 소득에 세금을 물리고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세 부담을 인하하는 것이다.

고소득자 증세를 위해서는 내년부터 소득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10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5%의 세금을 물릴 계획이다. 2017년 소득세와 법인세를 동시에 인상하며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인상한 지 3년 만이다. 최고세율이 45%로 오르면 지방세(소득세의 10%)를 포함한 소득세율은 최고 49.5%까지 오른다.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소득세율 인상이 현실화하면 한국의 소득세 부담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의 평균(43.3%)을 웃돌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소득세율 순위 역시 14위에서 7위로 껑충 오른다.

정부가 고소득자 증세를 추진하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저소득층의 생계 부담이 커지고 분배 지수가 악화되는데 재정 지출을 감당할 만한 세원 확보는 어려워서다. 중산층을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자니 조세 저항이 우려돼 자금 여력이 있고 여론의 거부감이 적은 고소득자를 증세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초 고소득층 증세에 큰 무게를 두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세수 상황이 악화하자 어떤 식으로든 증세가 필요하다는 데 당정이 의견을 모았고 그 대상을 초고소득자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가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일주일 새 과표 구간과 세율을 정해 세법개정안에 급하게 반영했다.

정부 관계자는 “세제를 급하게 만들었다고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여력 있는 계층에게 세 부담을 더 물린다는 현 정부 정책 방향의 연장선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 고소득 자산가 세 부담 1조8000억 원 늘어
올해 세법개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순액 기준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으로 9000억 원, 소득세율 인상으로 9000억 원, 주식 양도차익 과세로 1조5000억 원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고소득자와 자산가의 세 부담이 1조8000억 원 늘고 연간 5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는 주식 투자자의 세 부담도 늘어나는 것이다.

소득세 과표가 30억 원이고 조정대상지역에 아파트 2채(공시가격 28억 원)를 가졌다면 올해엔 12억5110만 원을 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로 낸다. 하지만 내년에는 13억5316만 원을 내게 돼 세 부담이 1억206만 원 늘어난다.

정부는 증권거래세율 인하로 2조4000억 원, 투자세액공제 확대로 5000억 원의 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세수 증가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5년간 늘어나는 세 부담이 676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증세’로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고소득자와 대기업 세 부담이 1조8700억 원 늘지만 서민 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1조7700억 원 줄어 증가와 감소가 거의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부자와 고수익 투자자를 대상으로 증세를 추진하지만 재정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세수 기반을 마련하는 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부자 증세를 한다면서 1주택자를 자산가에 포함시켜 공정성 시비가 여전하고 주식 양도세와 가상화폐 거래세 등은 시장 상황에 따라 세수가 들쑥날쑥할 수 있어 언제든지 세수에 구멍이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50% 수준인 면세 기준을 그대로 두고 세금을 더 거두려 하니 계속해서 부자 증세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이라며 “투자 수익에서 발생하는 세수에 의존하는 것도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너무 큰 불안정한 개편 방안”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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