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제 2000만원→5000만원 "슈퍼개미만"
공모 주식 펀드도 공제 포함에 "역차별 해소"
주식거래제 '이중과세' 논란은 지속될 듯
가상자산 과세..."육성정책도 함께 하길"
기획재정부가 22일 ‘2020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자 금융투자업계에선 시장 위축 우려가 다소 해소됐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이중과세’ 논란이 일었던 증권거래세가 폐지로 이어지지 않은 데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0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통해 발표됐던 기존 안에서 대폭 수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 확정된 정부안은 국내 상장주식에 공모 주식형 펀드를 합산해 5000만원까지 기본 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안은 2000만원이었는데 5000만원까지 늘어났다. 해외주식이나 비상장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투자소득은 250만원을 공제한다. 당초 2022년이었던 도입 시기도 2023년으로 늦춰졌다.
‘이중과세’ 논란이 됐던 증권거래세에 대해선 폐지 대신 축소 계획을 당초보다 1년 앞당기는 방식으로 확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눈가리고 아웅”이란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는 오랜 시간 정부에게 바라온 부분이었다. 미국, 독일 등 일부 선진국은 증권거래세 없이 양도소득세만 부과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있어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면서 거래세도 놔두는 것은 사실상 증세다. 공제가 얼마가 되든 증권거래세가 살아남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라며 “공제 기준은 임의적인 것이다. 증시가 좋지 않으면 수억을 투자해도 2000만원을 벌기 힘들고, 증시가 활황이면 몇백을 투자해도 벌 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해외 자본시장으로의 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투자가 어려웠지만 요즘은 선택지가 많다”며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제 규모가 늘어난 데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도입시 상위 2.5%(약 15만명)에만 세 부담이 주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도입 취지를 생각하면 정부가 큰 폭으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은 빠져나가고 소수의 슈퍼 개미에 대해 실질적으로 이뤄질 것 같다”며 “개인 투자자들 반발로 주식 시장 위축이 우려됐었는데 이런 방향으로라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안에서 주식과 달리 펀드에 대한 기본 공제가 없어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던 부분도 해소됐다는 평이다. 원천징수 주기가 기존 월별로 하던 것에서 반기(半期)로 확정되고, 3년이었던 손실 이월공제 기한이 5년으로 늘게 된 점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손실 이월공제 확대는 장기투자를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는 측면이 있어서 긍정적 변화”라며 “공모펀드 역차별 우려도 해소될 만한 변화”라고 밝혔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금융선진국들의 이월공제 기간은 무제한이다.
금융투자협회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자본 시장에 대한 과세부담을 완화함으로 인해 이번 정부 세제개편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용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울러 ISA에 상장주식을 투자대상에 포함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와 장기투자 문화 정착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기획재정부의 발표 내용이 국회 논의를 거쳐 세심하게 법제화되길 기대한다”며 “협회와 금융투자업계는 금융세제 개편안이 시장에 잘 안착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정부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득에 대해 내년 10월부터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국내 거주자가 가상자산을 양도 또는 대여하는 경우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로 하고, 연간 250만원을 넘는 가상자산 소득금액에 대해 소득세율 20%를 적용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산업 자체를 억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과세만 한다는 것에 대해 일반 이용자의 심리적 거부가 있을 것”이라며 “수동적인 방식의 금융자산 인정이 아니라 적극적인 방식으로 산업 육성 정책도 함께 만들면서 과세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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