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3일 올해 2분기(4~6월) 영업이익 2조 원에 육박하는 ‘깜짝 실적’을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이어 ‘K-반도체’ 실적이 또 한 번 호조를 달성한 셈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액 8조6070억 원, 영업이익 1조947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23%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5.3%가 증가한 수치로, 증권가 평균 전망치인 1조7400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코로나19 쇼크로 5세대(5G) 스마트폰 시장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언택트(비대면) 수요 급증으로 인한 서버 메모리 강세와 함께 주력 제품 원가 절감이 합쳐진 결과다. 글로벌 팬데믹(대유행)에 수출 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K-반도체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최대 호황을 찍었던 2018년 이후 지난해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SK하이닉스 또한 2018년 3분기(7~9월) 영업이익 6조4720억 원을 정점으로 지난해 말까지 영업이익이 꾸준히 감소했다가 올해 1분기(1~3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2분기는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모두 2018년 호황기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2분기 주요 제품별로는 D램의 경우 서버와 그래픽 제품의 수요가 꾸준해 직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2% 늘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출하량도 5% 증가했다. 특히 서버, PC, 콘솔 게임기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하고 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비중이 처음으로 50%에 육박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코로나19 사태가 중장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주요국 경제 활동이 부분적으로 재개되며 경기 지표들도 회복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제조사들의 중저가 5G 스마트폰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 등 인기 게임 콘솔 제품의 출시도 예정돼 있다.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에는 (중저가를 비롯한) 본격적인 5G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두 자리 수 이상의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율이 전망된다”며 “정부와 기업체의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 가속화로 서버향 SSD의 수요 성장도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전체 매출 구조에서 D램 사업 비중이 73%로 편중돼 있는 점은 SK하이닉스가 풀어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2분기에도 13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한 낸드플래시의 흑자 전환을 조기 달성하는 한편 비메모리 부문 비중을 높여 향후 시장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균형을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수요에 부응할 고품질 128단 낸드플래시 판매 계획도 언급됐다. SK하이닉스 측은 “128단 제품은 올해 3분기 말~4분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SSD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고용량 제품에 대한 수요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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