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제주항공과 합병 무산…1500여명 직원들 실직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3일 18시 16분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됐다. 이스타 재무상황을 감안하면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존속보다는 청산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 1600여명의 근로자가 당장 생계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의미로 인수 무산을 둘러싼 책임론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23일 공시했다. 계약해지 이유는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설명했다. 사진은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2020.7.23 © News1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됐다. 이스타 재무상황을 감안하면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존속보다는 청산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 1600여명의 근로자가 당장 생계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의미로 인수 무산을 둘러싼 책임론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23일 공시했다. 계약해지 이유는 진술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종결기한 도과로 설명했다. 사진은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모습. 2020.7.23 © News1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지 않기로 최종 선언함에 따라 이스타항공의 운명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이미 1042억 원의 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나 또 다른 인수 후보자가 없으면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어 1500여 명의 직원들도 실직 위기에 놓이게 됐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인수 파기에 대한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각종 소송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3일 제주항공은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이스타항공과의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국내 항공사 간 첫 인수 합병으로 관심을 모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빅딜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일방적인 파기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타항공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제주항공의 발표는 주식매매계약을 위반하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계약을 해제할 권한이 없다”며 “계약 위반 및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조만간 제주항공을 상대로 각종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매매계약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제주항공의 구조조정 및 운항 중단 등의 지시를 따랐음에도 인수를 일방적으로 피기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측도 이미 지금한 계약금 110억 원의 반환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그동안 최고 경영자간 통화 내용이나 회의록 등이 비밀로 유지하기로 한 내용이 외부로 유출 된 일들을 거론하며 계약 파기의 책임이 이스타항공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체불 임금과 유류비, 조업료 등 미지급금이 1500억 원을 넘는다. 모든 항공기 운항이 멈춘 상태여서 매출도 없다. 유류비와 조업료를 내지 못해 운항 재개마저도 불가능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으로서는 회생 절차를 밟거나 청산하는 길 외에는 사실상 다른 길이 없다. 다만 이스타항공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려면 정부나 제 3자의 지원을 통해 항공기 운항을 시작하고, 각종 부채 탕감이나 비용 지급 연기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는 매우 불투명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플랜B’를 가져오면 빌표원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측은 플랜B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인수 하나만 보고 왔던 회사인데 이제 와서 플랜 B를 요구해도 내놓을 게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스타항공을 도와주고는 싶지만, 특혜 논란 및 재원 마련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스타항공에게 먼저 자구안을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항공사 임원은 “정부도 1500여 명의 실직자가 나오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스타항공 지원을 위한 명분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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