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4∼6월) 한국경제가 성장률 ―3.3%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것은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이 급격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수출 증가율이 5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러다 올해 역성장은 당연하고 한국은행이 5월 내놓았던 최악의 시나리오(―1.8%), 또는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3.3%, 22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
한국은행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세가 2분기에 정점을 찍은 후 차차 개선되리라는 가정하에 2분기 성장률이 ―2%대 초중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기관들도 ―2% 전후를 점쳤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지 않고 각국의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당초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3.3%에 그쳤다. 이는 1998년 1분기(―6.8%) 이후 2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1분기(1∼3월) ―1.3%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사실상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장률이 급락한 데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자동차, 석탄 및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전기 대비 무려 16.6%나 감소했다. 1963년 4분기(―24%) 이후 56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투자 역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건설투자는 전기 대비 1.3%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2.9% 줄었다.
민간 소비가 긴급재난지원금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에 힘입어 1.4% 늘었고, 정부 소비도 1% 증가했지만 수출 하락 폭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3차례의 추경으로 270조 원 가까이 쏟아부었지만 3차 추경 효과는 2분기에 반영되지 않았고, 긴급재난지원금도 민간소비로 포함되면서 정부 지출의 성장기여도도 ―0.3%에 그쳤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주요 수출 상대국의 이동제한조치로 자동차, 스마트폰 등에 대한 해외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출 실적이 전망을 크게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 쇼크에 시장에선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연간 성장률도 한은이 당초 예상한 전망치(―0.2%)를 훨씬 밑돌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성장률이 기존 한은 전망치(―0.2%)를 달성하려면 3, 4분기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이 각 3% 정도는 돼야 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5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 최악의 경우 성장률이 ―1.8%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비관적 시나리오에 차츰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 3분기에도 반등 쉽지 않을 듯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3분기 반등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중국 경기가 2분기 들어 급반등했고, 대중(對中)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하반기 수출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하반기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분기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전기 대비로 측정하는 만큼 3분기에 반등에는 성공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도 ―12.8%라서 수출이 빨리 회복되기는 어렵고, ‘V’자 회복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경기 회복이 단기간 빠르게 반등하는 V자형이 아닌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나이키’형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경제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상황 악화는 비단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노동 비용의 급격한 상승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세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상황도 경기에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책 전반에 대한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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