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최근 소급 적용 논란 등을 빚고 있는 ‘임대차 3법’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답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최근 정치권에서 이른바 ‘임대차 3법’ 입법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낸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임대차 계약 갱신은 1번만 가능하고 직전 계약의 5% 범위 내에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의 정부안을 밝혀 임대차 3법의 가닥은 일단 잡히게 됐다.
하지만 논란이 첨예한 소급 적용 여부나 예외 인정 여부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치지 않고 설익은 법안을 내놓을 경우 위헌 논란이 커지고 전·월세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 3법의 초기 정착을 위해 상대적으로 시장 저항이 작은 ‘2+2년’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임대료는 지자체가 경기, 물가 등 지역 상황에 따라 조정할 여지를 둬 지자체가 표준임대료를 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을 반영했다.
추 장관은 이날 신규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는 “(개정안) 적용 여부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당장 도입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서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시에만 적용이 되고, 계약 종료 후 새로 체결되는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경우 신규 계약 시 임대료를 대폭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세입자를 새로 받을 때에도 기존 계약의 임대료를 기준으로 임대료 상승 폭을 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거세진 기존 계약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계약에 대해 적용하는 것은 ‘부진정(不眞正) 소급’이라고 해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밝혔다. 임차인 보호라는 공익을 위해 이미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도 청구권과 상한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은 계약 기간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집주인은 계약 종료 전 6개월에서 2개월 사이 세입자에게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집주인이 갱신 거절을 알리면 계약 종료는 집주인의 ‘확정된 권리’가 돼 세입자가 개정된 법을 근거로 2년 더 살겠다고 요구해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확정된 권리에까지 소급 입법을 할 경우에는 진정(眞正) 소급이 돼 위헌 소지가 커진다”며 “위헌 소송이 이어질 경우 임대차 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6개월 이상 계약 기간이 남은 건에 소급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미 계약 갱신을 거절한 임대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계약 종료가 통보되기만 하고 계약이 실제로 종료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진행 중인 계약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문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하고자 할 경우에는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조항을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하지만 실거주 여부를 어떻게 증명하도록 할지 등 세부 규정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기존 전셋집에 눌러앉거나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수요가 늘어 새로 전셋집을 찾아야 하는 젊은층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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