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 “일본, 반도체 뒤처진 이유 ‘리더십 부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8일 10시 06분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근고문(전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삼성전자 사내방송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권 고문은 이날 ‘64메가비트(Mb) D램 개발 주역, 권오현 상임고문을 만나다-미래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주제로 방송된 사내방송에 출연해 “어려울 시기일수록 제일 중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라며 “리더십과 함께 임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산업 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과제를 묻는 질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메모리반도체는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하고,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굉장한 적자, 불황 상황에서 조 단위의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 순간적으로 빨리 결정해야 하는 순간 전문경영인과 최고경영진의 원활한 소통과 토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권 고문의 사내방송 인터뷰는 8월 1일 삼성전자가 64메가비트(Mb) D램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 고문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Mb D램 반도체 개발했을 당시 개발팀장으로 근무했다. 삼성전자의 64Mb D램 반도체는 현재 한국 전체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반도체 강국’의 신호탄으로 불린다.

권 고문은 “당시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같은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사업은 워낙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투자 규모도 커 위험성이 높은 비즈니스다. (몇 번의 위험한 순간에) 최고경영진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5년 미국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삼성에 입사한 뒤 2008년 삼성전자 DS부문 사업총괄 사장,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사업부문장을 지내는 등 약 35년 동안 ‘삼성맨’으로 현장에서 일했다. 이날 권 고문은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묻는 질문에 “열심히 노력하는 것 외에 세상의 흐름을 잘 봐야 한다. 새로운 지식이나 지혜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지식에 접근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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