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고공행진’…언제까지 오를까?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29일 06시 09분


전셋값 56주 연속 상승, 수억씩 올라
임대차3법 시행, 향후 전셋값 분수령
전세시장 불안 최소화 시행 서둘러야

“서울에서 경기도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어요.”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4㎡)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박모(43)씨는 내달 일산으로 이사한다. 2년 새 2억원 가까이 오른 전셋값이 부담돼 이사를 결정했다. 박씨는 “전세 물건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평범한 회사원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전세금이 많이 올랐다”며 “아이들 학교 문제 때문에 전세 계약을 연장하려고 했는데, 전셋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셋값이 한 달 새 수억원씩 오르는 등 56주 연속 상승세다. 특히 금리가 0%대로 낮아지면서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전세 물건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전셋값 급등은 강남에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노동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을 거쳐, 과천·하남·수원·안양 등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도미노처럼 퍼지는 양상이다.

전세를 선호하는 세입자와 달리 집주인은 월세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임대주택시장은 수급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각종 규제 대책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2% 상승했다. 지난주(0.13%)보다는 상승폭이 소폭 줄었지만, 56주 연속 상승세다. 강동구(0.28%)를 비롯해 송파구(0.23%), 강남구(0.20%), 서초구(0.18%) 등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뛰었다. 또 마포구(0.20%), 성동구(0.16%), 용산구(0.14%), 성북구(0.12%) 등도 상승세를 기록했다.

경기지역은 지난주와 같은 0.20%, 인천은 0.07% 각각 상승했다. 하남시(0.49%)는 정주 여건이 양호한 미사·위례신도시 신축 위주로, 광명시(0.43%)는 정비사업 기대감 있는 철산·하안동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또 김포시(0.31%)와 구리시(0.30%), 수원(0.14%) 등도 상승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전용면적 84㎡) 5층은 지난 10일 11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성사됐다. 지난 6월29일 9억원보다 2억5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또 강동구 고덕동 ‘고덕 아이파크’(전용면적 114㎡)도 지난 7일 8억2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 5월 7억5000만원, 6월 8억원에 거래되는 등 꾸준한 상승세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불안은 각종 통계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4억6129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가 시작된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2017년 5월(4억807만원)과 비교하면 5322만원(13%↑)이나 상승했다. 또 지난달 마지막 주(29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73.8에 이른다. 2016년 3월21일 이후 최고치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설수록 전세 수급이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임대차보호 3법이 전셋값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월세 신고제’를 비롯해 전세금 인상률을 최대 5%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전˙월세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임대차 3법의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7·10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할 입법 절차를 서두르고 있는만큼 이번 임시 국회에서 임대차 3법이 모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임대차 3법 시행 전 전셋값을 미리 대폭 올리려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당분간 전세시장의 불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주택임대시장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대차 3법 시행을 서둘러야 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 시행 전 소급적용 논란 등으로 전셋값을 미리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려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내년부터 신규 입주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전세 매물 품귀 현상과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전월세 신고제 등 임대차 3법은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으나, 시행 직전 단기간에 가격을 상승시킬 여지가 있다”며 “주택임대시장의 혼란과 불안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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