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국영 항공사’되면 회생할수 있을까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29일 15시 26분


아시아나항공 M&A 좌초 위기에 국유화 가능성 부상
"채권단 관리 하에 전문경영인체제 도입될 듯"
"막대한 국민 혈세 투입 우려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교착상태에 빠지며 국유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수 주체인 HDC현대산업개발이 협상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항공업황 악화에 새 인수자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8일 ‘제14차 경제중대본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 직후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섣불리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 부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인수협상이 진행 중이므로 관계 기관 간 협의가 긴밀해야 한다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갈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약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4월 돌연 실사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인수 지연에 대한 책임을 금호산업 측에 돌렸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불황이 이번 딜을 무산 위기까지 몰고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올 1분기 영업손실이 208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18억원) 대비보다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HDC현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계약 체결일 이후 올 들어 4조5000억원 이상 늘었다.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는 2019년 6월 말 9조5988억원에서 같은 해 말 12조여원으로 급증했다.

또한 올해부터 새 회계기준(IFRS-16)에 따라 비행기 운용리스 비용도 부채로 잡힌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84대 중 약 50대가 운용리스로 도입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HDC현산이 인수를 최종 포기할 때 새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낮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항공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국유화 방안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채권단이 일단 국유화한 뒤 업황이 나아지면 재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아시아나항공은 과거에도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지난 2010년 1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한 바 있다. 그룹 차원의 경영 정상화 노력으로 약 5년 만인 지난 2014년12월 자율협약을 졸업했지만, 이후에도 재무 상태 개선이 쉽지 않았다

이 가운데 학계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가 과연 실효성 있는 회생 방안인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그리고 있다.

국유화되면 아무래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이후 새 주인을 찾는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같은 경로로 일이 진척된다면 새로운 아시아나의 비행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은 길이다. 이미 아시아나는 그간 여러 자구책을 통해 상당부분 ‘군살’을 뺀 상태다. 더이상의 인적 물적 구조조정이 큰 효과를 볼 것이란 기대를 하기 어렵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완전 종식될지 예단하기 어렵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한순간에 예년의 수준으로 승객이 많아질 것이란 기대도 섣부른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 체제로 돌입할 시 전문경영인 체제가 들어서겠지만 재무구조 개선에 막대한 국민 혈세 투입이 불가피해 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은 재무 부실이 심각해 구조조정과 혁신이 필요한 항공사”라며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 체제로 돌입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경우 과연 책임있는 경영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대우조선해양처럼 10조원 이상의 세금으로 먹여살리는 기업 형태가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금융당국 측에서) 국유화를 언급한 것은 채권단이 자체 판단하기에도 이번 인수전의 성사가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도 “항공업은 워낙 특수하고, 국유화될 시 민간보다 방만한 경영을 할 수 있어 (국유화 모델이) 바람직한 모델은 아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영국항공, 타이항공 등 사례를 봐도 전 세계적으로 국유화된 항공사 중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라며 “최선은 HDC현산과의 협상을 통해 인수가 성사돼 민간기업이 경영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권단은 국유화 가능성보다도 이번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 어떻게든 매각을 성사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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