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부모도 ‘집주인 실거주’ 인정, 갱신거부 가능… 배우자는 해당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1일 03시 00분


[임대차법 후폭풍]
임대차법 궁금증 Q&A

이른바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3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속전속결로 법은 전격 시행되지만 세부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거나 위헌 논란이 여전해 세입자와 집주인의 갈등과 혼란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미정인 부분까지 포함해서 정리했다.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미 세입자와 5% 넘게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문제없나.

“법 시행일로부터 계약 만료까지 1개월 이상 남았다면 종전 계약보다 임대료를 5% 초과해 올릴 수 없다. 법 시행 전에 구두 합의를 했거나 계약서를 썼더라도 마찬가지다. 계약서를 다시 쓰거나 5%보다 더 올린 임대료를 돌려줘야 한다.”

―법 시행 전에 집주인이 전세 만기를 석 달 앞두고 나가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내밀어 버텨도 되나.

“기존 전세계약에도 새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재계약을 할 수 있다. 다만 집주인이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정부와 법조계의 해석이 다르다. 정부는 계약갱신 거절 통보가 묵시적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일 뿐 확정된 권리가 아니라고 해석한다. 위 사례의 경우 진행 중인 계약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계약갱신요구권을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조계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집주인은 계약 종료 전 6개월에서 1개월 사이 세입자에게 계약갱신 거절을 통보할 수 있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 계약갱신 거절 통보가 이뤄졌을 경우 이는 계약 종료라는 권리가 확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런 사례에까지 임대차 3법을 소급 적용할 경우 위헌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명확한 답은 재판을 통해 위헌 시비가 가려져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임대료 상한은 언제 마련되나.

“임대료 상한은 지자체가 5% 이내에서 정하게 된다. 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지자체별 임대료 상한 발표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새 세입자를 구했다며 계약갱신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계약서에 명시하면 2년 뒤 재계약을 안 해도 되나.

“불가능하다. 세입자에게 불리한 예외조항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기존에 세입자와 1년만 살겠다고 합의하고 계약서에 명시해도 나중에 2년을 채워 살겠다고 하면 내보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계약갱신을 요구하자 집주인이 임대료를 5%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인상분을 낼 여윳돈이 없어 전세대출을 증액해 받으려고 하는데, 집주인이 동의 안 해주면 어떻게 하나.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은 없다. 전세대출 만기 연장 시에는 집주인 동의가 필요 없지만 대출금을 증액하려면 집주인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낀 전세대출을 받았다면 대출금 증액 시에도 집주인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법 시행 이전에 기존 집주인이 집을 매도했다. 새로운 집주인이 직접 거주를 희망한다며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나.

“가능하다. 다만, 계약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기간에 갱신 거절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계약만료가 2020년 12월 20일 이후인 경우에는 2개월 전까지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본인이 아닌 가족이 살아도 집주인 실거주로 인정되나.

“개정안은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 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실제 거주하는 경우’는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집주인의 자녀와 부모가 대신 살아도 집주인이 실거주한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다만 배우자 홀로 전입신고를 하고 살면 집주인 실거주로 인정되지 않는다. 여당은 집주인 실거주 인정 범위를 두고 여러 안이 나왔는데, 배우자만 세대를 분리해 실제 거주한다고 속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렇게 정했다고 한다.”

―전세 보증금이 5억 원인데 반전세로 돌리고 싶다. 보증금을 1억 원만 받는다면 월세를 얼마나 받아야 하나.


“집주인이 월세로 바꾸자고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전세로 계약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세입자가 동의할 경우에는 월세로 바꿀 수 있는데 이 경우 보증금과 월세를 법에서 정한 전·월세 전환율(연 4%)에 따라 환산한 뒤 인상률을 적용하면 된다. 임대료 상한인 5%까지 올린다고 가정하면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41만6667원을 받으면 된다. 한국감정원의 ‘렌트홈’에서 자동으로 계산해볼 수 있다.”

―세입자에게 상당한 보상을 해주기로 합의하면 재계약 안 해도 된다는데 얼마나 보상해줘야 하나.

“기준은 없다. 세입자가 집주인이 제안한 액수에 합의해주느냐에 따라 달렸다.”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는지, 거주의무기간(2년) 내 다른 세입자를 들였는지 누가 어떻게 확인하나.

“모든 손해배상은 청구하는 주체가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법정손해배상청구제에 따라 ‘손해액’을 피해자가 입증할 필요는 없지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만한 사실이 발생했다는 건 결국 피해자가 파악해야 한다.”

―법 개정 이후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매도할 수 없나.

“그렇지 않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이라도 매도하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 요구를 할 수 있다.”

―집주인과 임대 보증금 관련해 분쟁이 일어날 경우 조정 신청은 어디로 해야 하나.

“현재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 된다. 개정안 시행 후 3개월이 지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한국감정원의 지사나 사무소에도 조정위원회가 추가로 설치된다. 여기로 조정을 신청해도 된다. LH는 20일 조정위원회 구성을 위한 임시조직을 만들고,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3개월 내에 인력 구성이나 사무실 공간 마련 등의 논의를 끝낼 것이라는 게 LH 측 설명이다.”

정순구soon9@donga.com·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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