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 악화에 빠진 금호타이어에 악재가 닥쳤다.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앞선 법원 판결을 근거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회사 운영 자금 계좌를 압류하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올 1분기 적자를 기록한 금호타이어는 월말 대금 결제일까지 겹치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경영 정상화 속도 등에 맞춰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물밑 대화 창구마저 차단했다. 일각에선 유동성 위기가 심화할 경우 금호타이어가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지법은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 27일 회사를 상대로 임금 채권을 보전해 달라며 낸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인용했다.
금호타이어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법원 결정에 따라 금호타이어 운영자금 계좌를 압류했다. 급여 및 물품 대금 지급 등도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광주·곡성공장 파견 근로자로 구성된 비정규직 노조는 금호타이어를 상대로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라”며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했다.
올해 1월 광주지법은 “금호타이어와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계약 내용이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사측에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 250억여원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비정규직 노조원 414명은 이 판결을 근거로 지난 27일 임금 차액 204억여원에 대한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을 법원에 신청했다.
금호타이어는 앞서 비정규직 노조와 특별 협의를 진행하고, 일부 임금 차액 지급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노조가 요구한 금액은 지난해 금호타이어 전체 영업이익의 37%에 해당한다.
회사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나아질 때까지만이라도 비용 지급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현재 항소심을 준비 중인 단계에서 나온 비정규직 노조의 움직임에 회사도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는 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판매 급감에 따라 올 1분기 18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사태 장기화로 2분기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사 자금 사정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아는 비정규직 노조가 계좌 압류라는 카드로 압박을 하고 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경영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계좌 압류로 인해 심각한 경영 위기가 우려된다. 직원 급여는 물론 협력업체 물품 대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처지다. 압류가 지속되면 회사 신용도 하락 등은 불가피하다.
금호타이어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인데, 비정규직 노조는 사측과의 대화 채널도 모두 차단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또다시 국민 혈세가 노조의 일자리 지키기에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직원 급여는 물론 납품업체 대금 지급이 어려워질 경우 정부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측이 자금 지원 등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노조의 비이성적인 행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 지원 등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회사는 비정규직 노조와 원만하게 문제를 풀기 위해 내부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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