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2분기(4∼6월)에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개발에 착수한 지 20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유럽 중국 등이 친환경 정책을 확대하고 있고, 하반기에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신규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라 2차전지 부문은 안정적인 수익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LG화학은 2분기(4∼6월)에 매출액 6조9352억 원, 영업이익 5716억 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2018년 3분기 이후 최대 실적으로 증권가 전망치(영업이익 약 4300억 원)를 크게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 영업이익은 131.5% 올랐다.
깜짝 실적을 이끈 건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다. 2차전지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차지하는 실적을 따로 밝히진 않았지만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콜에서 장승세 전지사업부문 전무(경영전략총괄)는 전기차 배터리 영업이익률이 1∼4% 사이라고 밝혔다.
2차전지 사업은 2005년에 2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는 등 20년간 가능성만 있었던 사업이었다. 실적을 못 내다 보니 사내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는데 고 구본무 회장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미래산업이 될 것이다.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독려해 사업이 지속됐다. 이 사업은 1992년 구 회장이 영국 원자력연구원(AEA)에서 2차전지 샘플을 구해오면서 싹을 틔웠고 1998년 리튬이온전지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LG화학은 2000년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2차전지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지난해는 시설투자에만 들인 비용이 4조 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전체 R&D 투자비용(1조1000억 원) 중 30%를 2차전지에 썼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1만7000개의 특허를 확보했고, 올해 1∼5월 전기차 배터리 누적사용량 및 누적 점유율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LG화학의 배터리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원가경쟁력이 확보된 상태다. 2분기 2차전지 매출은 석유화학 부문 매출의 약 85%로, 3분기에는 역전이 예상된다. 장 전무는 “유럽 주요 고객사의 신규 모델 출시, 소형전지를 쓰는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 확대 등으로 3분기는 2분기보다 매출이 25% 이상 늘어날 것이다. 연말까지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25년에 180조 원으로 메모리반도체(170조 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콘퍼런스콜에서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SK이노베이션과의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합리적 수준이라면 양사 합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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