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7% 감소하는 데 그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4개월 만에 한 자릿수 하락폭을 보였다. 생산 소비 투자 등 3대 산업지표가 6개월 만에 동반 상승한 데 이어 수출도 선전하면서 경제가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미중 갈등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전망이 많다.
● 3대 산업지표 상승에 수출 부진도 개선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 줄어든 428억3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3월 이후 5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지만 감소율은 4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4, 5월에는 20% 넘게 수출이 줄었고 6월에도 ―10%대로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의 수출이 회복한 영향이 컸다. 대미(對美) 수출은 7.7% 늘어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 수출도 2.5% 늘어 두 달 연속 증가세가 이어졌다. 두 국가로 수출이 동시에 증가한 건 201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EU 수출은 11.1% 줄었지만 4~6월보다 감소 폭이 줄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5.6%) 무선통신기기(4.5%) 가전(6.2%) 등의 수출이 지난달 반등한 것을 포함해 15개 주력 품목 가운데 6개 품목 수출이 늘었다. 5월 반토막(―54.2%) 났던 자동차 수출도 감소율(―4.2%)이 개선됐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과 자동차업계의 판촉행사, 유럽 주요국의 봉쇄 완화에 따른 영업 재개 영향으로 풀이된다.
6월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트리플 반등’한 데 이어 수출 부진까지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한국 경제가 3분기(7~9월)부터 빠르게 반등하는 ‘V자형’ 회복에 진입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6월 전(全)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4.2% 늘었고 소매판매는 2.4% 증가해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5.4%, 0.4% 반등했다.
● 지표 반등에도 “V자형 회복 쉽지 않아”
통계청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한국 경제가 코로나 사태의 충격을 받고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경기동행지수가 외환위기 때는 10개월 연속(1997년 11월~1998년 8월) 하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땐 14개월(2008년 2월~2009년 3월) 하락 또는 정체했다. 반면 올해는 4개월(2~5월)간 하락한 뒤 6월 반등했다. 통계청 측은 “과거와 달리 질병으로 인한 위기라서 충격이 즉각적인 만큼 회복도 빠른 것 같다”고 했다.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22년 만에 가장 낮은 ―3.3%였지만 주요국에 비해 선전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을 발표한 14개 국가 중 한국은 중국(11.5%) 다음으로 선방했다. 미국(―9.5%), 독일(―10.1%), 프랑스(―13.8%) 등은 10% 안팎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페이스북에 “국내 지표에서 경기 반등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3분기에는 확실한 경기 반등을 이뤄낼 것”이라고 썼다. 해외 투자은행들도 3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1%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세와 미중 갈등 격화 등으로 인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많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산업지표가 상승한 건 전달에 너무 안 좋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 덕분이고 수출은 코로나 여파로 아직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3분기에 전 분기보다는 좋아지겠지만 V자형의 급격한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