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12주간 실사” 요구에… “4주로 줄이자” 역제안 하기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이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실사 기간을 대폭 줄이고 실사 범위 또한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2일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은 HDC현산이 요구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수용하되 실사 기간을 4주로 한정하는 방안을 HDC현산에 다시 제안할 예정이다. 실사 기간을 한 달 안팎으로 줄여야 인수 계약 시한인 연말 이전에 인수협상을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재실사 조건을 제한하는 데에는 HDC현산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아시아나를 인수하기로 한 HDC현산이 몇 달씩 인수 절차를 미루다가 이제 와서 재실사를 요구하는 것은 매각 무산의 빌미를 찾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HDC현산이 요구한 실사 범위에는 이번 인수와 다소 무관한 부분까지 포함돼 있다”라며 “(HDC현산이) 수차례 대면 협상도 거부했는데, 그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반면 HDC현산은 여러 차례 금호산업에 회사의 재무 상황을 확인할 자료를 요청했는데도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아시아나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고 여기에 부실 계열사 지원 등의 의혹이 있는 만큼 재실사를 통해 이를 밝혀야만 인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양측이 사실상 매각 무산에 따른 계약금 2500억 원을 둘러싼 소송 준비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매각 무산의 책임 소재에 따라 HDC현산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도, 금호산업이 그대로 가져갈 수도 있다. 이번 재실사 역시 양측이 ‘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시아나 매각 불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나 채권단 모두 HDC현산이 인수하는 방안이 최선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인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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