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강자 돌풍 뒤엔 미래 앞서간 CEO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5일 03시 00분


[커버스토리]전통강호 뛰어넘는 미래기업들
시가총액 인텔 앞지른 엔비디아, 도요타 추월한 테슬라, 디즈니 넘어선 넷플릭스

“엔비디아의 가치가 사상 최초로 인텔을 뛰어넘었다.”

지난달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 돌풍에 주목했다. 반도체의 상징 인텔의 시가총액을 엔비디아가 넘어선 역사적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말만 해도 인텔(2568억 달러)과 엔비디아(1447억 달러) 시총은 비교 대상도 아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올해 상반기(1∼6월) 두 회사를 보는 시장의 평가가 달라졌다. 3일(현지 시간) 기준 엔비디아(2709억 달러·약 323조 원)는 인텔과 시총 격차를 벌리는 동시에 세계 반도체 2위 삼성전자(341조 원)마저 추격 중이다.

두 회사의 주가 성적표를 가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국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미래를 이끄는 리더십”이라고 답했다. 인텔도 2분기(4∼6월) 순이익률이 25.9%에 달하는 등 비대면(언택트) 경제의 수혜를 입는 테크 기업이지만 미래기술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GPU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로 응용 범위를 넓히는 데 선제 투자했다”며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선 실적이 탄탄한 주류 기업이라도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 뜨는 기업, 지는 기업 가르는 리더십

반도체 시장뿐 아니라 자동차 시장에서도 지난달 테슬라가 도요타의 시총을 넘어선 이래 격차를 꾸준히 벌리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선 넷플릭스가 디즈니를, 금융 시장에서도 온라인결제기업 페이팔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총을 넘어섰다.

전통 강자를 위협하는 새로운 기업의 공통점은 창업가 중심의 비저너리 최고경영자(CEO)가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젠슨 황), 넷플릭스(리드 헤이스팅스), 테슬라(일론 머스크)는 모두 창업가가 CEO를 맡고 있고, 코로나19 전부터 디지털 전환 시대를 예고한 아이콘들이었다. 페이팔의 초기 창업자 그룹은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등 실리콘밸리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머스크도 페이팔 출신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황 CEO는 지난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최고의 CEO로 꼽을 만큼 코로나19 이전에도 리더십을 인정받아 왔다. GPU 응용 분야를 미리 예상하고 데이터서버와 AI 처리용 GPU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반면 인텔은 2015년 경영 효율화를 위해 시도한 1만2000명 대규모 감원이 기술력 약화로 이어지는 등 뼈아픈 실수가 누적돼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텔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7나노 CPU 양산 지연을 고백해 이날 주가가 18% 이상 폭락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리더의 회사에 대한 이해와 경험 부족에 따른 경쟁력 약화 탓”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 기업도 스타 리더십 키워야”

인텔의 공정 지연이 발표되자 시장은 삼성전자와 TSMC에 주목했다. 인텔이 직접 7나노 칩을 만들지 못하니 삼성이나 TSMC 등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에 맡길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4일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2.7%가량 소폭 상승에 그친 상태다. 한국 기업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미래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확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인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비전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CEO는 정치적 리스크까지 짊어지느라 경영에만 매진하기 어렵고, 비전을 알리기도 쉽지 않다”며 “삼성도 사법 리스크는 여전해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임병일 UBS 한국 대표는 “삼성전자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면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가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엔비디아#테슬라#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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