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이미 9억 넘었는데…“집중 감시? 현실성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5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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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5일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건 주택 공급대책과 부동산 입법이 효과를 낼 때까지 시장을 최대한 압박해 시간을 벌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이미 9억 원을 넘은 상태에서 9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 중 의심사례를 집중 감시한다는 건 사실상 서울 강남 전체와 강북 대부분 지역의 매매를 틀어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여당도 이날 “당정의 정책 의지가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주택 공급이 아무리 늘어나도 불법 거래, 다주택자의 투기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시장 교란행위 차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을 매매할 때 자금출처 의심거래를 상시 조사하고 그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표하겠다는 것이다. 전날 내놓은 신규 택지에 대해서는 과열이 우려되면 즉시 기획조사에 착수한다. 홍 부총리는 “변칙, 불법 거래 의심 사례는 예외 없이 전수 조사해 끝까지 추적하고 엄벌하겠다”고 했다. 이 회의는 매주 열릴 계획이다.

정부는 지금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사는 사람에게 자금조달계획서를 받고 있다. 주택 구입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깐깐하게 들여다보고 불법 거래, 편법 증여 등이 의심되면 조사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잡아낸 불법 거래 사례를 국세청, 국토교통부 등이 비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가 주택에 대해 조사를 더 강화하고 앞으로는 관계기관 합동 대응반에서 기한을 정해 주기적으로 결과를 내놓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택지 개발지역은 정부 합동 대응반이 더 정밀하게 조사해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6·17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밝힌 대로 9월부터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도 강화된다. 지금은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3억 원 이상인 주택을 살 때만 내지만 앞으로는 가격과 상관없이 모든 주택을 살 때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 원이 넘는 주택을 사면 계획서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예금잔액증명서, 소득금액증명서 등 증빙자료도 내야 하는데 이 역시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모든 주택으로 확대된다. 서울에서 집을 사면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언제든 정부의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주택 거래와 관련된 정부 규제와 고강도 조사가 갈수록 강화돼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거래하면서 부정하게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작년, 재작년에 계속 단속해도 잡아낸 인원은 전체 거래자에 비하면 소수”라며 “주택 매수자의 심리가 위축돼 주택 매매거래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번에 조사를 강화하는 고가 주택 대상의 기준인 시세 9억 원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올 1월 처음으로 9억 원을 넘어섰다. 중위가격이란 서울의 아파트를 매매가격별로 줄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값이다. 서울 서초구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9억 원 넘는 집이 워낙 많아서 진짜 다 조사하기엔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하고 있는 조사를 강화한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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