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국내 유통산업이 정부의 효과적 방역과 지원책으로 인해 외형적으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공급망 안전성이 저하되는 등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어 이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는 10일 ‘한국 소매유통기업을 위한 포스트 코로나 전략’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국내 유통 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와 회복탄력성을 갖추기 위한 기업들의 대응 방안에 대해 조명했다.
전 세계 소매유통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지난 6월 발표한 자료를 통해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우선순위가 건강(Health), 위생(Hygiene), 가정(Home), 습관(Habits) 등 ‘4H’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릭스파트너스 한국사무소가 지난 6월말 통계청에서 발표한 소매판매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4H를 중심으로 소비 우선순위가 변화하면서 국내 유통업계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건강(Health)과 위생(hygien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올해 2월을 기점으로 의약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14% 늘었다. 또한 대중교통 기피현상 지속과 함께 올 3월 시행된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맞물리면서 2020년 5월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집(Home)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5월 가전제품, 가구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식료품과 생필품 비중이 높은 슈퍼마켓, 편의점도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면세점의 올해 2~5월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고, 백화점 판매액 역시 같은 기간 20% 감소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습관(Habits)에도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온라인 소매유통의 규모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5월 국내 온라인 판매액은 61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으며, 특히 모바일 쇼핑이 22% 늘면서 전체 온라인 판매액을 견인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구조적인 변화가 단순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되거나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온라인 채널을 통한 구입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소비 트렌드 분석과 디지털 소통을 보다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및 이동 제한 조치에 따라 일부 글로벌 업체의 경우 공급 안정성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어 향후 유연한 대처도 숙제로 남게 됐다.
알릭스파트너스 한국사무소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유통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대응 방안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소비 트렌드 파악 ▲디지털 전환 가속화 ▲공급망 재편을 제시했다.
알릭스파트너스 서울사무소 박준규 부사장은 “최근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과 같은 정부 지원으로 국내 유통 산업은 규모 면에서 외형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면세점과 백화점은 여전히 실적 악화를 호소하는 등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라며 “유통기업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겪었던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되돌아보고 추후 2차, 3차 유행으로 가속화될 수 있는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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