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르면 9월 경기 평택캠퍼스에 세 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P3’를 착공한다. 총투자금만 30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생산라인이다. 2030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 1위를 탈환하겠다고 공언한 뒤 관련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추격전’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급성장하고, 5세대(5G) 이동통신·인공지능(AI) 등 관련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P3 생산라인은 내년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할 P2 생산라인과 함께 5nm(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 및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날 반도체 업계 및 평택시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P3 생산라인 착공은 이르면 9월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6월 말 삼성전자는 P3 생산라인 부지의 기초 토목공사를 시작한 상태다. 이르면 9월 P3 생산라인 전체에 대한 최종 건축허가를 받은 뒤 착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착공 발표 이후 공장 건설, 설비 반입 등의 단계를 거쳐 최종 제품 양산까지 3년 안팎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P3 생산라인의 양산 시기는 2023년 상반기(1∼6월)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현재까지 P3 착공 시기는 확정된 바 없으며 해당 부지의 정비 작업 중이다. 장비 반입 시기 등은 탄력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P3 생산라인 착공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시 관계자는 “삼성전자 측에서 P3 공장 인허가를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건축 허가가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결정됐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2021년 하반기(7∼12월)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할 P2 생산라인의 막바지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는 낸드플래시와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파운드리 제품 등이 생산된다. 현재 극자외선(EUV) 기반 파운드리 생산시설, 낸드플래시 클린룸 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평택 P2 생산라인이 가동되면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P2 생산라인 양산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P3 착공 시기를 점치고 있는 이유는 지금이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 등극을 위해 승부수를 던질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반도체의 설계, 생산, 판매까지 모두 책임지는 종합반도체기업(IDM) 최강자 인텔의 주도권이 조금씩 파운드리 시장으로 넘어오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지각변동 중이다. 인텔은 7나노 이하 반도체 수율 안정화가 지연되면서 TSMC 등에 위탁생산을 검토 중이다.
또 6월에는 애플이 인텔과 동맹관계를 끝내고 자체 개발 칩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 칩은 TSMC가 제조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장기적으로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에는 호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는 굳건한 1위 지위를 지키고 있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전체 시장점유율 51.1%(3월 기준)를 차지하는 TSMC에 한참 뒤처진 2위(15.9%)”라며 “코로나19 사태로 파운드리 시장이 급성장하는 지금이 선제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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