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A씨(67)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미분양이 났던 소형 아파트를 여러 채 사서 세를 받아 살고 있다. 은퇴 후 연간 2500만 원 정도의 임대수입이 주(主)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7·10부동산대책에서 아파트에 대한 임대주택 등록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기존 자격도 자동 말소하기로 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자격이 말소되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돼 연간 2000만 원을 내야 한다. 아파트를 처분하려 해도 등록 말소로 양도세 공제도 받을 수 없다. 남는 돈으로는 노후 대책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는 “10년 째 세 사는 세입자도 있고 임대료도 5% 이상 올린 적이 없다”며 “전월세 시장 안정에 나름 기여했다고 생각하는데 하루아침에 투기꾼이 됐다”고 말했다.
11일 국무회의에서 ‘민간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민간 등록임대주택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 위한 절차가 마무리됐다. 개정안은 18일 공포와 함께 본격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등록임대주택은 다세대·다가구 장기임대(8년)주택 유형만 남게 됐다. 4년 단기임대 및 아파트 임대주택은 의무임대기간이 지나면 등록이 자동 말소된다. 자진 말소도 가능하며, 공적 의무를 준수했다면 의무임대기간 위반에 따른 과태료는 면제된다.
신규로 임대주택을 등록할 경우 의무임대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또 신규 등록주택은 법 시행 즉시, 기존 등록주택은 법 시행 이후 1년 이내에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이 의무화된다. 지자체장이 임대주택 등록 신청자의 신용도나 주택의 부채비율 등을 고려해 보증가입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또 12월 10일부터는 공적 의무를 위반해 임대주택 등록이 말소되면 재등록을 할 수 없다. 주택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면 지자체장 직권으로 등록이 말소된다. 임대사업자가 계약 시 세입자에게 세금체납 여부, 선순위 보증금 현황 등을 알려주도록 의무화하고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세제혜택의 경우 등록 말소 전까지 종부세 합산 배제,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은 유지된다. 또 의무임대기간을 절반 이상 채우면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도 유지된다. 하지만 10년 이상 임대 시 주어지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받을 수 없게 된다.
생계형 임대사업자들은 정부가 약속했던 세제혜택을 없던 일로 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임대사업자 B씨는 “18㎡(약 6평) 도시형생활주택 2채에서 나오는 임대수입으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졸지에 종부세를 내게 됐다”며 “팔리지도 않는 집이라 막막한데 정부가 무책임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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