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등록대부업의 법정금리를 기존 연 24%에서 10%로 인하해 달라는 서신을 보내면서 ‘대부업체 최고금리 인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와 대부업체의 대출 문턱이 올라가면 서민들이 돈을 빌리기 더 어려워지고 불법 사채의 늪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린다.
이 지사는 7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기준금리 0.5%의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지금의 (등록 대부업체의) 연 24% 이자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등록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24%에서 10%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7일 최고금리를 현재 24%에서 10%로 낮추는 이자제한법·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4일 같은 당 문진석 의원도 최고금리를 10%로 내리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6월 1일에도 김철민 민주당 의원이 최고금리를 20%로 내리는 법안을 낸 바 있다.
금융권은 법정 최고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아지면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가는 인원이 더 늘 수 있다고 우려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고금리가 2014년 4월 연 34.9%, 2016년 3월 27.9%, 2018년 2월 24%로 단계적으로 인하됐다. 대부업 시장은 감소하고 있다. 대부업계 대출 잔액은 2017년 말 16조5014억 원에서 지난해 말 15조9170억 원으로 줄었다.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247만3000명에서 177만7000명으로 줄었다.
대부업 시장과 이용자의 감소는 서민들이 대부업체 대신 시중은행이나 핀테크(금융기술기업) 회사가 제공하는 중금리 대출, 정책금융상품 등 다른 대안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고 금리 인하에 따른 대부업체들의 신용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을 가능성도 크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올해 2월 내놓은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및 대부업체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은 11.8%로 2017년(16.1%)보다 4.3%포인트 떨어졌다.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0.1%로 2018년 조사 당시(62.7%)보다 상승했다. 대부업체에서 퇴짜를 맞는 서민들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대부업체에서 퇴짜를 맞고 가족, 친지 등의 도움도 받지 못한 일부 서민은 불법 사금융의 문을 두드렸을 가능성도 높다. 남편과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38)는 사업이 잘 안 돼 생활비마저 쪼들렸다. 김 씨는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의 문을 두드려봤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지 못했다. 결국 ‘일수 대출’ 명함을 보고 불법 사채업자에게 급전을 빌려 급한 불을 껐다. 김 씨는 “돈을 갚지 못하자 사채업자는 아이 유치원에까지 전화를 걸어댔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대부업체의 대출 거절 등으로 8만9000명에서 13만 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당국도 금리 인하의 부작용 때문에 이 지사와 여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대부업체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 저신용자의 이자 부담 경감 효과, 대출 탈락자들의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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