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9거래일 연속 오르며 시가 총액이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 2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V’자 반등의 배경엔 시장에서 날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의 개인투자자를 말하는 ‘동학 개미’들이 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등을 거치며 더 똑똑해진 ‘스마트 개미’들이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지만 고질적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 코스피 대형주 거래, 개인 비중 두 배로
13일 코스피는 0.21%(5.18포인트) 오른 2,437.53에 마감하며 9거래일 연속 올랐다. 전날 미국 증시 호조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1979조5110억 원(코스피 1656조2930억 원, 코스닥 323조2180억 원)으로 지난해 명목 GDP(1919조399억 원)를 넘어 2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개인들의 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시총 상위 100위 대형주의 매수·매도액에서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은 올해 초 29.3%(1월 첫째 주 기준)에서 8월 첫째 주(8월 3∼7일) 61.8%로 뛰어올랐다. 예전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 소형주’나 투자하는 변방 투자자에 불과했지만 기관과 외국인 등 ‘큰손’들이 몸을 사리는 사이 덩치 큰 대형주를 쓸어 담으며 대형주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집단세력이 된 것이다. 올해 초부터 13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대부분 대형주들이 포진했다.
○ 위탁매매→적립식 펀드→ELS→사모펀드까지
본보와 메리츠증권이 분석한 결과 외환위기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해왔다. 1990년대 말엔 국내 첫 뮤추얼펀드인 ‘미래에셋 박현주 1호(1998년)’가 나와 펀드 붐을 이끌었다. 이 펀드는 7개월 만에 100% 수익률을 냈다. 현대투신운용(현 한화자산운용)의 ‘바이코리아 펀드(1999년)’는 한때 설정액이 18조 원까지 성장했다.
2000년대 중반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펜던스펀드(2001년)’ ‘인사이트펀드(2007년)’ 등 주식형 펀드의 시대였다.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2008년 코스피 시총 대비 30%까지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현재는 비중이 4%대로 떨어졌다.
2011년부터는 박스피 장세 속에서 ‘중위험 중수익’을 표방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인기를 끌었다. 사모펀드 규제 완화로 ‘한국형 헤지펀드’가 공모펀드 부진 속에서 지난해 330조 원 규모로 성장했으나 라임, 옵티머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똑똑해진 개미들은 직접 투자에 나서며 증시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들이 정보를 얻는 채널과 투자 수단이 다양해지며 어느 때보다 기민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 증시에 ‘FOMO’ 심리 팽배
개인투자자들은 과거 학습 효과와 디지털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어느 때보다 똑똑해졌다. 하지만 ‘쏠림 현상’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이 팀장은 “‘가만히 있으면 나 혼자만 못 번다’는 식의 ‘포모(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강해지면서 추종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빚을 내 주식 시장에 신규 유입된 20대들은 과거 위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만큼 시장 변동성이 커졌을 때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해 ‘개미지옥’으로 불리는 공매도에 대한 당국의 한시적 금지 조치가 다음 달 16일 해제될지도 개인투자자들에겐 변수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을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 성격으로 보는 개인들이 늘어야 부동산에 쏠린 자금이 금융시장으로 이동하는 선진국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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