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정직하면 손해? 부정한 기업이 성과 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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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싱가포르팀, 中467개社조사
부정한 방법으로 수익 부풀려 정부지원금 쉽게 받은 기업들
기술 혁신-인재 육성 대신 엉뚱한 곳에 돈 펑펑… 실적 저조

이해관계자들을 조직적으로 기만하는 부정한 기업(Fraudulent company)이 정직한 기업(Honest company)에 비해 혁신성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정한 방식으로 손쉽게 자원을 취득한 기업은 이렇게 획득한 자원을 정말 필요한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쓰게 돼 결국 성과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중국, 싱가포르의 공동 연구진은 467개 중국 첨단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정직한 기업과 부정한 기업의 혁신성과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처음부터 부정행위를 계획한 기업이든,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 이기주의에 의해 부정행위를 하게 된 기업이든 모두 정직한 기업보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필요 자원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기업일수록 애초의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기업이 필요한 재무자원을 정직하게 획득했는지, 그리고 획득한 자원을 의도한 대로 사용했는지를 기준으로 정직한 기업과 부정한 기업을 구분했다.

중국 기업들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첨단 기술 기업 간 기술 유출, 도용, 회계부정 등이 다른 국가보다 중국 시장에서 더 빈번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도 연구 대상 기업의 50% 이상이 연구진이 제기하는 범위 내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약 60%는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으며 필요한 재무자원을 비교적 손쉽게 조달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선정된 기술 기업들이 이익 창출 규모를 얼마나 과장해 왔는지, 특허는 몇 건이나 취득했는지,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은 얼마나 받고 있는지, 우수 인력은 얼마나 자주 유치했는지 등 측정 지표를 중심으로 주장 검증에 나섰다.

검증 결과 부정한 방식으로 수익을 부풀려 정부로부터 쉽게 지원금을 받아낸 기업일수록 결국 자금을 우수 인력 육성이나 기술 혁신 활동 등 애초에 약속했던 분야에 쓰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직하고 합법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보다 혁신 활동에 있어 크게 뒤처졌고, 성과도 매우 소소한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일상의 기업 활동과 행위에서도 결국에는 정직한 기업이 부정한 기업을 이긴다는 시사점을 준다. 기업의 부정행위가 감지되지 않고 횡행할 때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할 비용은 더욱 커진다. 누구도 정직한 방식으로 기업 활동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너무 정직해봤자 손해만 볼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해지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수단이 아무리 나빠도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속설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쉽게 얻은 자원은 결국 제대로 쓰이지 못해 원하는 바도 이루지 못한다는 메커니즘을 증명한 셈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정직#손해#부정한 기업#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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