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이 해외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모델3’를 앞세운 테슬라가 질주하는 가운데 독일 전통 고급차, 프랑스 대중 브랜드까지 전기차 경쟁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전기차 신차가 대거 출시되는 내년에 본격적인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18일 르노삼성자동차는 르노의 전기차 ‘조에(ZOE)’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조에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309km이고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경우의 실구매가가 2800만 원 안팎이다. 2012년 유럽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래 올해 6월까지 총 21만6000대가 팔리며 유럽 누적 판매 1위를 기록한 인기 전기차로도 유명하다. 또 다른 프랑스 브랜드 푸조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2008’의 전기차 버전을 최근 출시했다.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전기 SUV다.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승용 전기차 시장은 이미 수입차의 각축장이 된 상태다. 특히 모델3를 앞세운 테슬라의 약진이 가장 눈에 띈다. 상반기 국내에서 팔린 승용 전기차 총 1만6359대 중 43.3%(7080대)가 테슬라 차지였다.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 원 안팎으로 구매할 수 있는 모델3는 6830대 팔려 지난해 판매량(1604대)과 비교해 폭발적으로 판매량이 늘었다.
반면 이 기간 현대차는 4877대, 기아차는 2309대의 전기 승용차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코나, 기아차는 니로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두 차종 모두 출시된 지 2년 이상이 지나 신차 효과가 반감된 상태다.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으로 꼽힌다. 보조금 등 전기차 보급 정책도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 새로운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망과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억 원 안팎의 고급 전기차 시장에선 토종 전기차가 아예 없다 보니 수입차 공세가 더욱 거세다. 전기 SUV ‘e-트론’을 국내에 내놓은 아우디는 지난달 394대를 판매했다. 아직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을 뛰어넘는 2000만 원 이상의 할인 판매 전략도 성공을 거뒀다. e-트론은 올해 국내 수입 물량이 이달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SUV ‘EQC’도 판매 가격을 낮추면서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현대·기아차가 각기 내놓는다. 또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에서는 3종의 전기차를 출시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4종의 전기차로 올해 1분기 글로벌 4위의 전기차 판매를 기록했다”며 “내년에 5종의 전기차 신차 출시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34.5%를 점유 중인 ‘K배터리’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 CATL과 함께 개발 중인 ‘100만 마일(약 160만 km)’ 배터리를 공개할 것이란 관측 속에 아예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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