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다음 달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에 나선다.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불발되면서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영 어려움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저비용항공사(LCC) 해고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최근 조종사노조와 근로자대표 등에 회사 재매각 성사를 위해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상황이 좋아지면 100% 재고용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 설명이다. 정리해고 대상은 현재 남은 직원 약 1300명 중 절반이 넘는 700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될 경우 코로나19 이후 첫 항공업계 대규모 정리해고 사례가 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급격히 늘어나는 미지급 임금을 감당할 방안이 없고 막대한 임금 채무를 감수할 인수 대상자를 찾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향후 해외 노선을 포함한 정상적인 운항이 재개되면 모두 재고용한다는 전제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 및 근로자 대표 측은 반발하는 가운데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 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은 정부의 추가 지원이나 또 다른 인수 후보자가 없으면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체불 임금과 유류비, 조업료 등 미지급금이 1500억 원을 넘는다. 모든 항공기 운항이 멈춘 상태로 매출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제주항공으로의 인수가 무산된 후 재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수 희망자로부터 보유 항공기를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지급 임금이 쌓이고 있는데 고정비 지출을 줄이지 못하면 재매각이 사실상 어렵다고 본 것이다. 직원들의 급여 지급이 이미 6개월가량 밀린 상황에서 정리해고 된 직원들은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이 감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추진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무산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가 시작되면 아시아나 역시 인력 구조조정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국내 여행 수요가 조금씩 살아남에 따라 국내선 운항을 늘리며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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