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선진국, 주식 적극 운용해 수익 높여
뉴딜펀드에 퇴직연금 투자 방안 거론
“기금형 도입해 수익률 경쟁 유도” 제안도
국내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연 1∼2%에 머무는 반면 호주, 미국 등 연금 선진국들은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을 주식 등에 적극 운용할 수 있게 한 점이 다른 성과를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2018년 한국의 사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3.6%다. 같은 기간 연금 모범국으로 꼽히는 호주의 평균수익률은 8.7%였다. 캐나다(6.5%), 네덜란드(6.1%), 노르웨이(4.9%)의 수익률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한 호주 사적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43%였다. 채권과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각각 14.6%, 13.7%로 나타났다. 캐나다, 네덜란드 등도 주식 비중이 20∼30%대로 높은 반면 한국은 주식 자산 비중이 2.7%에 그쳤다. 한국은 채권 비중이 42.5%, 현금 및 예금자산 비중도 18.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예금 등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키우면 안정성은 높지만 물가 상승분 등을 고려했을 때 유의미한 수익률을 거두긴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퇴직연금을 뉴딜펀드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와 여당이 인프라에 투자하는 뉴딜펀드의 목표 수익률을 3%대로 잡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이 뉴딜펀드에 투자하면 연 1%대의 쥐꼬리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논리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뉴딜펀드를 신용보증기금이 퇴직연금 투자액을 선순위로 놓고 보증을 서는 등의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며 “퇴직연금의 안정성도 추구할 수 있어 투자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퇴직연금이 뉴딜펀드에 투자하기 쉽게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금융회사가 자동으로 적합한 자산에 투자하는 ‘디폴트 옵션’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입자가 굳이 ‘뉴딜펀드에 투자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아도 금융회사가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서 뉴딜펀드를 담을 수 있게 된다. 가입자의 운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것도 디폴트 옵션의 최대 장점이다. 미국의 경우 2006년부터 디폴트 옵션을 도입한 퇴직연금 ‘401K’의 자산 규모는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여러 사업장의 퇴직연금을 한데 묶어 뭉텅이로 굴리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도 수익률을 높이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여러 중소기업의 퇴직금을 한데 모아 전문기관에 맡기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쉽다.
퇴직연금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회사들의 경쟁을 촉발해 수익률을 높이거나 수수료를 떨어뜨리는 장점도 있다. 호주 퇴직연금 제도인 ‘슈퍼애뉴에이션’은 근로자가 수익률이 높은 다른 기금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한다. 200여 개 기금은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수익률 경쟁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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