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테슬라(Tesla)’를 한번 얘기해 볼까 합니다.
주가가 ‘천슬라’(1주당 1000달러)를 넘어 ‘이천슬라’(1주당 2000달러)에 이른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올해 초 독일 폭스바겐, 최근 일본 도요타의 시가총액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자동차 기업 최고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면서 테슬라는 미국은 물론 국내의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각광받았습니다.
2003년 설립된 회사가 20년도 지나지 않아 세계 유수의 완성차 기업을 ‘기업가치’ 측면에서 모두 앞지른 상황.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를 놓고 가볍게 한번 써보겠습니다.
시총으로 보자면 차이가 아주 큰 현대차와 ‘vs’를 붙인 제목을 지은 이유는 현대차를 비롯한 기존의 자동차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테슬라를 바라보고 이들이 어떻게 테슬라를 추격하려 하고 있는 지도 살펴보자는 취지입니다.
테슬라의 사업 방향과 미래, 각 모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리뷰 정도가 될듯합니다.
자동차 작명법에 대한 지난번 13번째 휴일차담에 보내주신 큰 관심에도 감사드립니다.
▶ 이름이 뭐예요? 전기차 시대, 달라지는 자동차 작명법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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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공학과 vs 전자공학과
테슬라를 바라보는 기존 자동차 업계의 가장 시각은 ‘IT 기기에 바퀴를 붙였다’는 걸로 요약이 됩니다.
기계공학의 결정체라고 할만한 내연기관차도 그동안 점점 진화하면서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접근은 이런 수준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테슬라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입니다. 국내에서는 취득세 회피 논란도 있었지만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개념이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상시적인 무선 업데이트로 차량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는 것은 확실히 기존에는 활용되지 않던 개념입니다.
그리고 수백만 원에 이르는 ‘완전 자율 주행 기능(Full Self-Driving’ 같은 옵션을 이런 방식으로 구동시킬 수 있다는 것 역시 놀랍다는 시각입니다.
테슬라는 모든 신차에 자율주행 보조시스템인 ‘완전 자율 주행 기능(Full Self-Driving)’을 위한 하드웨어가 기본 탑재돼 있다고 설명합니다.
고객이 이 옵션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이런 하드웨어는 ‘낭비’가 될 수도 있는 셈입니다. ‘원가’에 민감한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은 이런 식의 자동차 제조를 잘 상상해보지 않은 듯 합니다.
초대형 디스플레이로 차량을 통제하는 것을 비롯해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등을 차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을 통해 차를 ‘움직이는 IT 기기’로 만든 것은 테슬라가 보여준 가장 큰 혁신 중의 하나입니다.
조금 바꿔서 말하자면 기계공학과 출신들이 만들던 자동차를 전자공학과 출신이 만드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것입니다.
● 군더더기 없이, 민첩하고 재빠르게
테슬라의 대약진을 바라보는 기존 자동차 업계의 사업적인 분석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테슬라는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기업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테슬라와 경쟁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자동차 기업입니다.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모두 연간 수백만 혹은 천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인력을 갖춘 ‘공룡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변신’ 혹은 ‘구조조정’을 시도해야 합니다.
생산하던 내연기관차의 일부를 전기차로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서 생산 체제를 바꾸고 근로자를 재교육, 전환 배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입장이 전혀 다릅니다. 흰 도화지 위에서 새롭게 시작하면 됩니다.
물론 새롭게 시작하는 기업은 자본과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아주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죽음의 계곡’도 건너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넘어선 테슬라는 원하는 곳에 자신들의 생산 기지인 ‘기가팩토리’를 만들면서 사업을 확장하기만 하면 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기존의 완성차 업체들은 강력한 힘의 노동조합(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산업은 노조의 힘이 가장 센 영역으로 분류됩니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기존의 내연기관 생산능력을 줄이고 전기차 생산능력을 키워야 하는 힘든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점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적용이 됩니다.
테슬라의 차량들은 퍼포먼스, 주행거리, 안전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가속력 등에서 기존 일반 내연기관차를 압도하고 슈퍼카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이런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한 요인은 테슬라는 처음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차를 만들었다는 점일 수 있습니다.
차량 바닥에 충분한 양의 배터리를 배치하고 초반부터 강한 출력을 뽑아낼 수 있는 전기차의 장점을 살리면서 테슬라는 초기부터 뛰어난 성능의 자동차를 선보였습니다.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 내연기관차의 플랫폼에 배터리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전기차를 만들거나 경제성을 강조한 소형 전기차에 머물러 있을 때 새로운 방식으로 ‘고성능 전기차’를 만들어낸 테슬라는 확실히 돋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장점들은 고스란히 ‘브랜드 가치’로 연결됐습니다.
지금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만큼의 브랜드 파워를 거느린 기업이 있을까요.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테슬라는 자연스레 ‘팬덤’을 거느린 자동차 기업이 됐습니다.
로드스터에 이어 모델S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한 테슬라는 앞서가는 디자인과 뛰어난 주행성능, 오토파일럿 등으로 ‘혁신적인 전기차 기업’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팬덤’은 웬만한 단점은 단점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효과까지 발휘합니다.
‘귀족노조’라고 욕을 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수십 년 이상의 숙련된 기술을 가진 근로자들이 만드는 현대·기아차의 차량들은 사실 조립 품질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여기에 비하면 테슬라의 차량들은 단차 문제 등을 노출하면서 조립 품질에서는 아직 약점이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는 올해 JD파워의 초기품질지수(IQS)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기아자동차와 제네시스가 최상위권에 오른 그 평가입니다.
하지만 이런 점은 테슬라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완성도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차를 만들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테슬라는 차도 아냐’라는 혹평도 나오지만 시장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엄연한 현실입니다.
올해 상반기 테슬라는 국내에서 7080대의 차를 판매하며 전기차 보조금을 쓸어가기도 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전기차 구매에 보조금을 주는데 수입 전기차, 그것도 상당한 고가 차량의 구매를 돕는 것이 옳으냐하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테슬라의 ‘모델3’가 보조금 혜택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와도 테슬라의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팬덤을 거느린 브랜드는 그 자체로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 ‘오토파일럿’ 논란… 다양한 화두 던진 테슬라
물론 테슬라의 새로운 시도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테슬라가 최첨단의 자동차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한 ‘오토파일럿’에 대한 기존 자동차 업계의 문제제기는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완전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토파일럿’은 일종의 자율주행 기술로 조명받았습니다.
기존의 자동차 업계는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함을 가장 큰 리스크로 여기면서 기나긴 싸움을 벌여왔고 지금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행보조’보다는 ‘자율주행’에 방점을 찍는 테슬라의 방식에 “고객의 안전을 담보로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고까지 지적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에서도 역시나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접근을 한 셈입니다.
이런 혁신과 논란을 포함해 다양한 측면에서 테슬라는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 화두를 던졌습니다.
정찰 가격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온라인 판매, 글로벌 스타인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광고비 없는 차량 홍보 등은 자동차 개발과 생산뿐만 아니라 홍보와 판매 부문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기존의 자동차 업계에서는 참 부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전기차 각축장된 한국 시장… 현대차 ‘E-GMP’ 통할까
이렇게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테슬라의 지난해 차량 판매는 36만여 대에 불과합니다. 누적 판매도 100만 대를 조금 넘긴 수준입니다.
도요타와 폭스바겐 같은 기업은 매년 1000만 대를 넘게 팔고 현대·기아차도 해마다 700만 대를 넘게 생산·판매합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도 연간 200만 대 이상 판매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숫자상으로는 결코 크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배터리 비용이 원가의 상당 수준을 차지하는 전기차의 특성 등을 감안했을 때 테슬라가 차량 판매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멀리 가지 않고 국내 시장을 바라봐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는 승용 전기차가 총 1만6359대 팔렸습니다.
6830대가 팔린 테슬라의 ‘모델3’가 시장을 주도한 가운데 아우디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트론’의 기세도 심상치 않습니다.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을 살려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전기차로 시장을 공략하는 모양새입니다.
한국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상당히 잘 구축된 국가로 분류되고 있고 이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가 빠르게 진출하는 모양새입니다.
현대차의 코나, 기아차의 니로 등이 여전히 국내 전기차 판매 2, 3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프랑스 계열의 브랜드도 연이어 대중적인 전기차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현대·기아차 모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를 내놓습니다.
이 가운데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20분 충전, 450킬로미터 주행이라는 성능을 일찌감치 공개했습니다.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차량을 공들여 내놓는 만큼 어느 정도의 성능과 상품성을 갖출 수 있을지 기대가 집중되는 모델입니다.
테슬라보다 늦었지만 내연기관차 생산·판매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개발에 나선 브랜드들은 테슬라의 약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까요. 자동차 업계의 전문가들은 “내년에 펼쳐질 진검승부가 벌써부터 기대 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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