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홈쇼핑은 18일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자 생방송 인원을 제외한 전 직원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당시 ‘의심증상이 있을 경우 자진 신고 및 재택근무’라는 대응 지침을 마련했던 것과 비교해 훨씬 선제적이고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한 것이다.
GS그룹 관계자는 “2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GS홈쇼핑 직원 한 명이 확진자로 판정되면서 3일 동안 서울 영등포구 사옥을 폐쇄했던 아픈 기억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며 “정상근무 체제 전환 시기도 경쟁 업체의 대응 조치와 상관없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당시 GS홈쇼핑은 사옥 폐쇄로 3일간 생방송을 중단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등 사태 장기화가 현실화되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적극적 대응 체계 마련에 나섰다. 코로나19를 마냥 통제할 수 없는 경영 변수로 두며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정이다.
실제 국내 4대 그룹 중 한 곳은 최근 전 계열사에 “코로나19로 지연됐던 주요 행사를 미루지 말고 대체 방안을 적극 찾아 실행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기업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적 조치와 상관없이 지주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상황별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재계 관계자는 “상반기 코로나19로 생산라인 셧다운 및 사업장 일부 폐쇄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쌓아온 ‘경험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온라인 행사, 비대면 화상 회의 등 변화된 근무 환경에 임직원 상당수가 적응을 마친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기업들 대부분이 지난주부터 상시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로 처음 재택근무를 시행했을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화상회의는 답답하고, 의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정보 공유가 더 느려졌다” 등 불만이 쏟아졌지만 이제는 앞선 시행착오 덕분에 비대면 업무 및 생활에 비교적 쉽게 적응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팀장급 A 씨는 “초반 화상회의로 주문을 한 이후 결과물을 보면 아예 다른 방향의 보고가 올라오기 일쑤였다. 업무공간의 변화로 인한 시행착오였는데 지금은 중간보고 과정을 만드는 등 대비책을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B 씨는 “올 초만 해도 회사 전산망을 꼭 사용해야 하는 업무는 집에서 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회사가 인프라를 마련해 줘 보다 편하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기업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응 체계도 코로나19 방역에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사내 선별진료소가 대표적 사례다.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직원 2명은 의심증상이 나타나자 곧바로 사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8월 초 마련한 검사소 덕분에 보다 빠른 대응이 가능해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오프라인 전시를 대신해 다양한 온라인 체험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사업 전략까지 대폭 수정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영업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어적 태도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사업적 기회로까지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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