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깜짝 인사 후 약 열흘 만에 서신
"중요한 시기 후진에 기회줘야 판단"
퇴진 후 조직 안정화 위한 조치 풀이
최근 롯데지주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25일 “지난해 말 신동빈 회장께 2020년 말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으며, 작금의 경영 환경에 맞춰 퇴임을 하게 됐다”고 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황 부회장 퇴진을 포함한 인사안을 의결했다. 롯데가 연말 인사 외에 정기 인사를 한 건 전무한 일이었고, 롯데그룹 ‘2인자’ 역할을 한 황 부회장 퇴진도 예상 밖 일로 여겨졌다.
황 부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최근 후계 구도 분쟁, 2017년 사드 문제, 2019년 한·일 갈등,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롯데그룹은 많은 영향을 받았고 받고 있다. 디지털 혁신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요구 등으로 그룹은 지금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후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황 부회장 후임에는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사장이 임명됐다. 황 부회장은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한다.
이번 서신이 공개된 건 황 부회장 퇴진 직후 조직 안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 된다. 황 부회장이 갑작스러운 인사로 자리를 내놓자 그룹 안팎에선 유통과 화학 두 주력 부문 부진의 책임을 황 부회장에게 물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롯데쇼핑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8.5% 줄어든 14억원에 불과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분기(1~3월)에 영업손실 860억원을 기록하며 7년여 만에 적자 전환했고, 2분기엔 매출(2조6822억원)과 영업이익(329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 32%, 90% 줄었다.
한편 1979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여천 공장에 현장 엔지니어로 입사한 황 부회장은 1990년 신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신 회장이 경영 수업을 위해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입사했을 때 황 부회장이 직속 배치됐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출신인 황 부회장은 뛰어난 일본어 실력과 성실함으로 신 회장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회장은 2014년 1월 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맡은 후부터 그룹 전략 밑그림을 그려왔다. 2015년 삼성그룹의 3개 화학 계열사를 전격 인수한 것도 황 부회장이 주도했다. 2017년부터는 롯데지주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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