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1달러 연봉’ CEO, 구조조정에 약일까 독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03시 00분


美오하이오주립대팀 기업 분석… 기업 상황-CEO 성향 따라 달라
자신의 이익 우선시하는 CEO… 3년동안 경영 성과 되레 악화
자기 과신 심한 CEO들도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 가치 훼손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에서 3427개 기업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그 결과 많은 수의 미국 기업들이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미 의회에서는 구제금융을 지원하기에 앞서 회사 내의 과도한 임원 보수,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의 내부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미국 최고경영자(CEO)들이 1달러 연봉 카드를 내걸고 위기를 타개하고자 나선 이유다.

하지만 CEO의 1달러 연봉이 항상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상황, CEO의 성향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은 1달러 연봉이 기업의 성과와 CEO에 대한 보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1달러 기본급 정책이 총 보상 금액과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기업의 구조조정, 기업 지배구조가 잘 작동하지 않아 주주들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영자의 참호구축(CEO entrenchment) 현상, 경영자의 자기 과신 성향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봤다.

연구진은 가장 먼저 1달러 기본급을 도입한 구조조정 기업들을 살펴봤다. 이러한 메시지는 1달러 기본급 도입 이후 경영자의 총 보상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경우에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다른 기업에 비해 구조조정 기업의 경영자에 대한 총 보상의 증가분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분석 결과, 구조조정 기업의 1달러 연봉 CEO의 총 보상의 증가분은 대조군에 비해 낮았다. 그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기업의 경영자들은 1달러 기본급 도입 후 3년 동안 경영 성과가 낮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호 속의 경영자들은 보통 이사회 기능을 약화시켜 그들 자신의 부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보상 체계를 만들려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1달러 연봉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경영 성과 향상이라는 동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다. 실증 분석 결과, 1달러 기본급이 도입된 이후 3년 동안 오히려 경영 성과가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과신 성향을 가진 경영자들은 미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동시에 미래 성과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뿐 아니라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1달러 기본급 도입은 이들의 위험한 경영 활동을 보다 촉진해 경영 성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 실증 분석 결과도 유사하게 나왔다.

이렇듯 1달러 연봉이 항상 기업을 회생시키는 좋은 수단이 되진 않는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CEO의 성향이나 기업의 상황에 따라 1달러 기본급 도입이 경영자 총 보상 및 경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
#1달러 연봉#ceo#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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