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올라탄 중소농가 “품질만 좋으면 전국 유통망에 쫘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03시 00분


[농촌에서 찾는 새로운 미래]
<5> 온라인서 대박 터진 농부들

자신이 생산한 느타리버섯을 들고 있는 최종익 송이애 대표이사(왼쪽 사진)와 유기농 케일 농장을 소개하는 황한수 매곡친환경 대표이사. 두 농부는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과 마켓컬리를 통해 높은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각 사 제공
자신이 생산한 느타리버섯을 들고 있는 최종익 송이애 대표이사(왼쪽 사진)와 유기농 케일 농장을 소개하는 황한수 매곡친환경 대표이사. 두 농부는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과 마켓컬리를 통해 높은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각 사 제공
“마치 자기 자식에게 줄 음식인 것처럼 검품 절차가 엄청 까다로워요. 그런데 그 절차를 한번 통과하니 전국 유통망에 뿌려지더라고요.”

25일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최종익 송이애 대표이사(48)의 목소리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근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 이천시에 있는 송이애는 느타리버섯을 비롯해 송이, 팽이, 만가닥, 표고, 목이버섯 등 식탁에 올라오는 다양한 버섯 종류를 재배하는 농업법인이다. 20여 년간 버섯류 도소매업에 종사했던 최 대표이사가 8년 전 차린 회사다. 지난해 72억 원을 거둔 송이애 매출은 올해 두 배로 늘어난 14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쾌속 성장은 지난해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 입점하면서부터 이뤄졌다.

○ 쿠팡에 올라탄 버섯, 매출 두 배로

쿠팡은 이달 28일부터 한 달간 전국 우수 농산물을 한곳에 모아 선보이는 ‘함께하면 힘이 돼요! A팜 마켓’ 기획전을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전국 34개 업체에서 출품한 116개 품목의 우수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쿠팡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민과 소상공인에게 새 판로를 제공하고 지역 농산물의 우수성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해 ‘대박’을 터뜨리는 농가가 늘고 있다. 송이애는 올해 4월 쿠팡에서만 약 7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달에도 5억7800만 원을 거뒀다. 매출 증가분의 대부분이 쿠팡에서 나왔다. 최 대표이사는 “매대가 한정돼 있는 오프라인 마트와 달리 쿠팡에서는 소비자 수요에 따라 패키징을 달리해 80여 가지 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품 구성과 용량을 다양화하면 그만큼 많은 소비자를 만날 수 있어 매출이 늘었다.

최 대표이사는 품질이 좋으면 대기업 제품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고 소비자의 긍정적인 리뷰와 구매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까다로운 검품을 통과하면 대기업 유통망 못지않은 쿠팡의 전국 유통망에 올라탈 수 있고 검색 노출도 잘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가 생소한 중소 농가에는 쿠팡의 간단하고 빠른 입점 절차와 매출 증대를 위한 빅데이터 기반의 코칭 서비스로 부담을 덜어준다. 쿠팡 관계자는 “우수 농산물을 더 많은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신규 생산자에게 손쉬운 판매 환경을 꾸준히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기농 승부수, 마켓컬리가 먼저 손 내밀어

같은 지역에서 케일과 시금치, 피망, 딸기 등을 생산하는 황한수 매곡친환경 대표이사(50)도 새벽배송 업체인 마켓컬리로 매출을 대폭 늘렸다. 황 대표이사는 국내 유기농업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황광남 전 농업과학원 유기비료연구실장의 아들이다. 경기농업마이스터대 친환경과 졸업 후 유기농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황 대표이사는 마켓컬리 서비스 초기인 2016년 신선식품 생산자를 물색하던 상품개발자(MD)를 처음 만났다. 이후 마켓컬리와 협업을 통해 베이비시금치, 로마네스코 등 한국에 흔치 않던 채소류를 새로 출시했다. 딸기가 짓무르지 않도록 하는 계란 용기처럼 생긴 케이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마켓컬리와 협업했다. 다양한 협업을 통해 첫 달 24만 원이었던 마켓컬리를 통한 매출은 현재 월평균 5000만 원에 육박한다. 매곡친환경의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한다. 황 대표이사는 “샐러드, 다이어트 식단 유행 등 새로운 트렌드를 젊은 MD들이 발 빠르게 알려줘 생산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 사가 보유한 플랫폼을 활용해 농촌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네이버는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산지직송 서비스를 2014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쇼핑의 ‘푸드윈도’를 통해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을, 생산자에게는 안정적 거래와 수수료 절감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 60여 개였던 푸드윈도 상품은 2020년 7300여 개로 늘어났다. 카카오도 농산물 및 수산물 관련 업체 408개를 입점시켜 농식품 판로 확대를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전남도청 위탁 운영업체인 ‘리얼커머스’와 협약을 맺고 지역농가의 생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황태호 taeho@donga.com·이건혁 기자
#이커머스#중소농가#품질#유통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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