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무역-외식업계 이미 인력 감축… 무급휴가 권고-매장영업 중단도
재계 “하반기 경영전략 마련 고심”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살아날 것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다시 맞춰놨었다. 지금은 이마저도 다시 흔들어야 한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26일 국내 4대 그룹 고위 임원은 경제활동 및 일상생활이 ‘봉쇄’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조치가 임박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최근 상황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산업현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임원은 “3단계가 시행되면 사무·생산직의 운영 지침을 새로 만들어야 할뿐더러 급격한 소비 침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상반기에 다시 짰던 하반기 경영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기업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했다. 상반기(1∼6월)에 전례 없는 실적 악화 속에서도 기업들은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해 인력 손실 없는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하반기에 사태가 더 심해지면서 구조조정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항공 및 무역, 외식업계 등은 이미 인력 감축에 나섰다. 이스타항공은 9월 전체 직원 수(1300명)의 절반이 넘는 700명을 정리해고 할 계획을 밝혔다. ㈜한화 무역부문은 전 직원(25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근속 1년 이상 직원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어 구성원들의 충격이 더 큰 상황이다.
뉴코아, NC 등 도심형 아웃렛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도 부실 점포를 철수하고, 관리직 무급휴가를 권고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CJ푸드빌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30일까지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주력 매장의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재계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을 언급하고 있어 대응 방침 마련에 나선 상태다. 생산공장 운영 차질뿐만 아니라 소비 대폭 감소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를 비롯해 대면 판매 비중이 높은 자동차, 스마트폰, 전자제품 업계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기업의 핵심 기지인 연구개발(R&D)센터와 본사에서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도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최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연구동을 비롯해 LG전자 서울 가산 및 서초 R&D캠퍼스, SK그룹 본사 사옥인 서울 서린빌딩, 쿠팡 잠실 본사 등이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됐다.
서동일 dong@donga.com·곽도영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