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저가 아파트 가격 ‘고공행진’…고가 아파트와 격차 감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16시 37분


지난해 말부터 서울 노원구의 구축 소형 아파트 매입을 고민하던 회사원 김모 씨(37)는 최근 3억 원 후반에 원하던 아파트 매매계약을 마무리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김 씨는 “그 동안 모은 돈에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하느라 20년 넘은 아파트에 리모델링도 못 하고 들어가야 한다”며 “올해 초에만 샀어도 리모델링은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사이에 가격이 5000만 원 이상 올랐다”고 했다.

최근 1년 사이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하위 20% 아파트 가격과 상위 20% 아파트 가격 간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격 격차가 줄어든 곳은 서울이 유일했다. 정부가 12·16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를 가격에 따라 차등화하고 6·17대책에서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며 서울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27일 KB부동산 리브온이 내놓은 8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4.4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하위 20%(1분위)에서 상위 20%(5분위)까지 다섯 구간으로 나눴을 때 상위 20%의 평균가격이 하위 20%의 4.4배였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8월 4.6배 보다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이달 서울 아파트 1분위 매매가격은 4억 3076만 원으로 지난해 8월(3억 6049만)보다 약 19.5% 올랐다. 특히 올해 1월에서 3월(1808만 원), 6월에서 8월 사이(2747만 원) 큰 폭으로 가격이 뛰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5억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선 측면이 있다”며 “특히 청약 당첨을 기대하기 힘든 젊은 층들이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에서 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수준에 차등을 주는 정책을 도입했다. 또 6·17대책에서는 규제지역을 수도권 전역 및 충청 일부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 때문에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가격도 저렴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또 ‘인 서울’이라는 장점을 지닌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5분위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16억 6633만 원에서 올해 8월 18억 8160만 원으로 약 12.9% 올랐다. 20억 원을 코앞에 둘 정도로 많이 올랐지만 1분위 매매가격 상승세보다는 약했다. 올해 3~6월에는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12·16대책의 영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악화 우려가 겹치며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전국 기준으로는 5분위 배율이 지난해 8월 6.4에서 올해 8월 7.9로 더욱 벌어져 2010년 7월 이후 가장 격차가 컸다. 1분위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1년간 1억 987만 원에서 1억 983만 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5분위 가격이 6억 9773만 원에서 8억 6630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세종시의 국민주택(85㎡) 규모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대에 육박하는 등 지방 도심지역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양극화가 심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인 최근에도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넷째 주(24일 조사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서 서울 전체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1% 오른 가운데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은평구(0.03%) 중랑구(0.03%) 등이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감정원은 “중저가 단지의 상승세는 지속되지만 부동산 대책,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으로 거래가 감소하며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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