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규제이후 실수요자들 매수세 몰려, 하위 20% 매매가격 1년새 19.5%↑
상위 20% 아파트는 12.9% 올라… 중저가-고가 가격 배율 줄어들어
지방 아파트값은 양극화 더 심해져
지난해 말부터 서울 노원구의 오래된 소형 아파트 매입을 고민하던 회사원 김모 씨(37)는 최근 3억 원 후반에 원하던 아파트 매매계약을 마무리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김 씨는 “그동안 모은 돈에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까지 동원하느라 20년 넘은 아파트에 리모델링도 못 하고 들어가야 한다”며 “올해 초에만 샀어도 리모델링은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사이에 가격이 5000만 원 이상 올랐다”고 했다.
최근 1년 새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5분위 배율’(하위 20% 아파트 가격 대비 상위 20% 아파트 가격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이 배율이 줄어든 곳은 서울이 유일했다. 정부가 12·16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를 가격에 따라 차등화하고 6·17대책에서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며 서울 중저가 아파트로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27일 KB부동산 리브온이 내놓은 8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4.4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하위 20%(1분위)에서 상위 20%(5분위)까지 다섯 구간으로 나눴을 때 상위 20%의 평균 가격이 하위 20%의 4.4배였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8월 4.6배보다 배율이 줄어든 것이다.
이달 서울 아파트 1분위 매매가격은 4억3076만 원으로 지난해 8월(3억6049만 원)보다 약 19.5% 올랐다. 특히 올해 1월에서 3월(1808만 원), 6월에서 8월 새(2747만 원) 큰 폭으로 가격이 뛰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5억 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선 측면이 있다”며 “특히 청약 당첨을 기대하기 힘든 젊은층들이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에서 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수준에 차등을 주는 정책을 도입했다. 또 6·17대책에서는 규제지역을 수도권 전역 및 충청 일부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 때문에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가격도 저렴해 진입 장벽이 높지 않고, 또 ‘인 서울’이라는 장점을 지닌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들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5분위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16억6633만 원에서 올해 8월 18억8160만 원으로 약 12.9% 올랐다. 20억 원을 코앞에 둘 정도로 많이 올랐지만 1분위 매매가격 상승세보다는 약했다. 올해 3∼6월에는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12·16대책의 영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악화 우려가 겹치며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전국 기준으로는 5분위 배율이 지난해 8월 6.4에서 올해 8월 7.9로 더욱 벌어져 2010년 7월 이후 가장 차이가 컸다. 1분위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1년간 1억987만 원에서 1억983만 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5분위 가격이 6억9773만 원에서 8억6630만 원으로 크게 올랐다. 세종시의 국민주택(85m²) 규모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에 육박하는 등 지방 도심지역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양극화가 심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인 최근에도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넷째 주(24일 조사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서 서울 전체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1% 오른 가운데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은평구(0.03%) 중랑구(0.03%) 등이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감정원은 “중저가 단지의 상승세는 지속되지만 부동산 대책,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으로 거래가 감소하며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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