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증시 급등세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세계 최고 부호의 재산이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특히 전기차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49)는 주가 급등에 힘입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세계 3위 부호에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의 자산은 이날 기준 1150억 달러(약 138조 원)로, 1110억 달러에 그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4위로 밀어냈다. 현재 세계 최대 부호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2020억 달러), 2위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1250억 달러)다.
머스크 CEO의 재산은 올해 초만 해도 270억 달러였지만 불과 8개월 만에 재산이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테슬라 주가가 5배 이상으로 상승했고 5 대 1로 주식 액면분할을 한 31일에도 주가가 전날보다 12% 이상 올랐다. 주식 한 주를 5주로 쪼갠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주가가 너무 높아서 망설였던 개인 소액 투자자들의 신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미국 증시의 전반적인 상승세로 세계 최고 부호 베이조스 CEO의 재산도 올 들어 876억 달러 늘었다. 같은 기간 게이츠 창업자와 저커버그 CEO의 재산도 각각 117억 달러, 324억 달러 증가했다. 세계 1∼4위 부호의 올해 늘어난 재산만 합쳐도 2195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여성 순위도 바뀌었다. 베이조스 CEO의 전 부인인 매켄지 스콧(50)은 이혼하면서 받은 아마존 주식(지분 4%)이 급등해 자산 664억 달러를 기록했다. 프랑스 화장품 업체 로레알의 상속녀이자 그간 부동의 세계 여성 부호 1위를 기록했던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예르(67)는 2위로 내려갔다.
미국 증시도 8월에 최고의 한 달을 경험했다. 다우지수는 지난달에 7.6% 올라 4월 이후 다섯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8월 상승률 역시 1984년(9.8%) 이후 36년 만의 최고치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같은 달 9.6% 상승해 닷컴버블 열풍이 불었던 2000년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거부(巨富)들의 재산 증가는 최악의 실업난과 마주한 미 경제 상황과 대조적이어서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호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오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비대면 기술을 보유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이익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인데, 정작 일반인들은 팬데믹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등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은 최근 “재산이 증가한 최상위 부자에게 60%의 세금을 매겨 미국인의 의료비에 쓰자”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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