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억 셀프대출로 부동산 투기한 은행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일 03시 00분


기업銀 직원, 가족 개인-법인에 4년여 걸쳐 부동산 담보대출 반복
아파트 등 29채 매입 50억 차익, 감사서 적발 면직… 형사고발 검토

IBK기업은행의 대출 담당 직원이 가족과 가족 명의 회사에 수십 차례에 걸쳐 76억 원 상당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주고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기업은행과 윤두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기업은행 수도권 소재 영업점에서 대출 담당 차장으로 근무한 A 씨는 가족과 가족 명의 임대업 법인들에 29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줬다.

법인들의 대표이사는 아내와 어머니 등 가족들이 맡았다. 이른바 ‘셀프대출’을 통해 2016년 3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4년여에 걸쳐 총 75억7000만 원의 대출이 이뤄진 것이다. 기업은행은 내규를 통해 자신의 업무를 이용해 가족과 친인척 등에게 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A 씨는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은 뒤 부동산에 투기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은행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은행 내부에서는 A 씨가 5억 원 이하 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은행의 감시망이 느슨하다는 점을 노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무자였던 만큼 담보물이 확실하고 사업자, 법인 대표의 신용에 문제가 없으면 결재권자가 꼼꼼히 살피지 않는다는 점 등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A 씨는 이런 식으로 1억∼2억 원대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을 늘려갔다. 수도권 소재 아파트 18건, 오피스텔 9건, 연립주택 2건의 계약에 은행이 빌려준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기업은행 측은 파악했다. A 씨가 주택을 매입한 시기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때와 맞물리기 때문에 50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었을 수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추정이다.

A 씨의 ‘셀프 대출’은 기업은행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최근 주택 대출 규제 위반 의심 사례를 점검하던 중 부당 대출을 확인했다. 은행은 이해상충행위 및 금융실명제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A 씨를 면직 처분했다. 대출금 회수 조치를 진행하는 한편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비리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지점장 B 씨 등에 대해서도 중징계가 내려졌다.

김동혁 hack@donga.com·장윤정 기자
#기업은행#셀프대출#부동산투기#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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